시인 백거이는 집안에 연못을 만들어 배를 띄우고 그 안으로 손님을 초대하여 연회를 벌였다.
손님들 몰래 요리 100가지를 미리 만들어 방수주머니에 넣어서 뱃전에 매달아 물속에 담가놓고,
요술쟁이처럼 순서대로 하나하나 몰래 꺼내오게 하여 맛보면서 즐겼다고 한다.
당(唐)나라는 세계의 선진국이었던 나라답게 요리의 종류도 매우 많아서, 심지어는 뱃속에 찹
쌀을 넣은 거위를 다시 양의 뱃속에 넣어서 익힌 후, 양은 벗겨버리고 찹쌀도 파낸 후 거위살만
먹는 요리도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위응물 시인의 시에서는, 산해진미도 그대로 울타리 가
에 쓰레기처럼 버려진다는 수도 장안(長安)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교황 레오 10세는 끊이지 않는 오락과 연회를 즐기며 교황청의 많던 재산을 다 소진하여 빚까
지 졌고, 이를 본받은 추기경들의 사치도 극에 달했다. 한 추기경의 궁에서 열린 연회에 모두 65
코스가 마련되었는데, 한 코스는 세 가지 요리로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식탐(食耽)을 넘어서서
식탐(食貪)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추기경의 연회가 이러했으니 교황의 연회는 어떠했을까.
단테의 <신곡> 제3지옥에는, 아무리 먹어도 만족을 모르고 식탐(食貪)을 부린 죄로, 배가 불러
숨 쉬기조차 힘든 상태로 비를 맞으며 벌을 받고 있는 치아코(Ciacco)라는 죄인이 나온다. ‘돼지
같은 놈’이라는 경멸적인 호칭이라고 한다. 식탐을 죄로 보는 것은, 은총으로 생겨난 제 몸(身)과
정신(精神)에 나쁜 병들을 초래할 수가 있고, 또한 남에게 돌아갈 것까지 지나친 욕심으로 긁어
모았다가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에서일 것이다.
과도한 식탐으로 생긴 성인병들이 수명을 짧게 하기 십상이니 그것도 벌(罰)로 본다면 볼 수 있
겠다. 음악 뿐 아니라 미식(美食)과 과식(過食) 그리고 줄담배와 과음(過飮)으로 유명했던 로시니
도 그가 좋아했던 다양한 식도락만큼이나 다양한 병(病)으로 고생스러운 생의 후반부를 보냈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어린 시절부터, 선친은 항상 위장의 70%만 채우라는 훈계를 하시곤 했다. 들을 때마다 ‘네’
했었지만 늘 지키지 못했고, 이제 나이 들어서도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식후에 자주 배가 불러 후
회를 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상상 속에서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의 그 식탁으로 돌아가 나는
또 다시 속으로 ‘네’하고 대답해 본다.
只須充肚四分三 지수충두사분삼 배는 오직 사분의 삼만 채워야한다
自幼先親向僕談 자유선친향복담 예부터 선친은 늘 내게 말씀 하셨지
蹉躓遒今逢盛饌 차질유금봉성찬 그러나 좋은 음식 만나면 또 실수하여
無何食後悔叨貪 무하식후회도탐 많이 먹고 나서는 식탐을 후회하네
* 充肚충두...배를 채우다, 肚배 두, 위 두, 自幼자유...어릴 때부터,
向僕談향복담...나에게 말씀하시다, 僕나 복, 저 복, 蹉躓차질...일이 틀어짐,
無何무하...마음껏, 悔후회할 회, 叨貪도탐...탐냄, 叨탐낼 도, 貪탐할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