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밤낚시 夜釣三首

겨울모자 2007. 8. 14. 00:11
 모처럼 친구들 다섯명이 시간을 내었습니다.

 

  충청도 음성의 주봉낚시터를 향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려렸습니다. 쨍쨍하던 날씨가 어느새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고 이윽고 억수로 내리는 비... 아, 이러면 어떻게 낚시를...
하다보니 거짓말같이 구름 사이로 햇빛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럼 그렇지.. 하면서 바라보니 멀리 앞에는 또 먹구름과 물보라가.. 이번 8월 날씨는 변화무쌍한 것이 꼭 고양이 눈동자 같습니다. 반기문 생가 마을을 지나 낚시터에 도착하니 잦은 비로 말끔하게 씻긴 아름
다운 호수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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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저녁 해가 뉘엿거릴 때.. 깔끔한 좌대를 골라 짐을 풀고.. 짓푸른 호수물을 대하고들 앉아서 낚싯대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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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 뒤에서 마른 천둥 소리가 자주 들려 오더니.. 가랑비가 내려 녹색 수면 위에 예쁜 동그라미 그림을 그립니다. 그 그림만 바라보아도 도시에서 마음을 누르던 천근 짐이 달아나는 듯.. 건너편에도 줄줄

이 앉은 낚시꾼들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지척인 듯 한가하게 들려옵니다.

 

八月釣魚天氣晴  팔월조어천기청   팔월의 낚시터 날씨가 맑더니
遙峰斜日打雷鳴  요봉사일타뢰명   먼 산에 해 기울자 천둥소리 울리네
雨時寫畵靑湖面  우시사화청호면   가랑비는 호수 위에 그림무늬 그리고
對岸近廳人語聲  대안근청인어성   건너편 사람소리 가까이 들려오네

 

  물이 맑아 들여다보면 한뼘 크기의 피라미 버들치들이 발밑 얕은 물에서 유유히 놀고, 몇 수 걸어 올린 잉어 향어 메기들이 망이 답답하다고 철퍽철퍽 뒤척입니다.

 

  뒷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솔바람도 잦아들 무렵.. 서서히 밤이 기울어 가고.. 오랫동안 찌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사이에 한 두잔 술이 돌고.. 친구들 지난 이야기는 그칠 줄 모릅니다.

 

小심悠悠滿草塘   소심유유만초당    피라미들 유유히 초당에 가득하고
鯉魚潑剌在關網   이어발랄재관망    잡은 잉어 가둔 망에 펄쩍거리네
松風吹去漸宵入   송풍취거점소입    솔바람 잦아지니 밤이 기울고
勸酒知音情話長   권주지음정화장    친구들 술 권하며 이야기 끝이 없네
< 심: 魚+(沈-氵) 고기새끼 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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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호수 물 위에 뜬 야광찌들이 마치 별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걸어놓은 야광찌들이  우연히도 W자를 거꾸로 놓은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연상시킵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북두칠성이 마치 국자의 국(羹)을 따르고 있는 기울기의 형상으로 우리 정면 위에 떠 있습니다.

 

  아, 별을 바라보는 일마저도 이렇게 오랜만이라니... 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별똥별도 가끔씩 보입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연은 아직도 이렇게 맑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상보다는 입질이 없어도..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도.. 조용히 낚싯대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 마음은 이미 신선입니다.^^

 

擧目仰望銀漢川  거목앙망은한천   눈 들어 바라보니 은하수 흐르고
星星月亮滿光天  성성월량만광천   별들이 달과 함께 하늘 가득 빛나네
游魚深底笑人慾  유어심저소인욕   물밑 고기들은 사람 욕심 비웃어도
靜坐看緡心自仙  정좌망민심자선   조용히 낚싯줄 바라보는 마음은 신선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