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오늘 하고픈 말

아름다운 헤어짐

겨울모자 2007. 10. 4. 17:42

  몇주전에, 다니던 미용실이 마음에 안들어 아는 분의 추천으로 다른 미용실을

소개받아 찾아갔습니다. 듣던대로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 미용사가 깎아주더군

요.

 

  그런데.. 서걱서걱 가위질 몇번 하는 듯하더니 금새 다  깎았다고 하는데, 전체

적인 머리 모양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러나 어쩐지 표정도 없고 성의도 없는 듯

대충 빨리 끝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울로 윤곽을 보면 들쭉날쭉한 머리칼들이 많이 보이길래, 이러저러한 점을

말하며 주문을 하였더니, 역시 별 대꾸도 없이 귀찮다는 듯 조금 더 만지는 듯

하더니 잘린 머리카락을 터는 것도 대충하고 머리를 감아주었습니다.

 

  머리 감는 것도 하는 둥 마는 둥 그냥 끝내는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이 들어 집

에 가서 언짢은 기분으로 다시 잘 감았습니다. 소개해준 분은 그집을 상당히 칭

찬하던데.. 왜그랬을까.. 하면서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데 오늘 그 답을 알 것 같

았습니다.

 

  우연히 그 가게앞을 지나다보니 주인이 바뀌었더군요. 인테리어도 바뀌었으니

그 미용사는 아마도 그날이 마지막 근무일이 아니었겠나.. 곧 남에게 넘기기로

한 가게.. 근무할 날도 남지 않았고... 내가 여기서 더 볼일도 이젠 없지..하는 심

사. 그동안 자기를 찾아와 준 고객들 또 그로 인하여 영위할 수 있었던 생활에 대

한 감사의 마음이 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조건하에서라도 마지막 근무일까지도 그 일

을 충실히 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신뢰를 느끼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당혹과 허탈은 참으로 사람을 외롭게합니다. 

 

  세상 인심이 다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래.. 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그런 세상에 뿌

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이 참 초라한 것일까요.

 

  직장에서 그만 둘 날이 가까워지면 태도는 물론 표정까지도 바뀌는 경우를 가끔

보았습니다. 이제까지는 당신에게 공손하고 지시를 잘 지켰지만 곧 그만둘 내가 

이제 이곳엔 더 볼일이 없지, 당신에게도 물론이고...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지탱해 주던 직장의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

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사(使)측을 착취의 개념으로 규정하여 가르치는

일부 학교 선생님들의 기세가 등등한 세상이지만, 직장의 고마움을 알고 자기 일

을 사랑하는 도덕심을 조금만 더 가질 수 있다면 크게보아 노사관계도 많이 좋아

질 터인데......

 

  이러한 도덕심은 모든 분야에서 항상 우리의 실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를 졸업하고, 직장을 옮기고, 이사를 가고, 군에서 제대를 하고...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모두들 서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서 읽고 또 남에게서 듣고 하여 부지런히 아름다운 헤어짐을 배워야겠습니

다... 부지런히 아름다운 헤어짐을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