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이야기 (나 대경)
醉眠 봄 잠
-唐庚- -당경-
山靜似太古 산은 태고인 양 고요하고
日長如小年 해는 어린 시절처럼 길기도 하지
餘花猶可醉 남은 꽃도 오히려 취할 만하고
好鳥不妨眠 새소리 낮잠을 방해할 리 없어라
世昧門常掩 세상일에 어두워 문은 항상 닫혀 있되
時光簟已便 시절은 어느덧 돗자리가 편한 계절
夢中頻得句 꿈결에 종종 좋은 시구 떠오르나
拈筆又忘筌 붓 들면 그대로 잊어버리네
唐子西詩云 山靜似太古 日長如小年.
唐子西의 시에 이르길, “산은 태고인 양 고요하고
해는 어린 시절처럼 길기도 하지” 라고 하였다.
余家在深山中 每春夏之交 蒼蘚盈堦 落花滿徑.
내 집은 깊은 산 속에 있어 매양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면
푸른 이끼는 섬돌에 가득하고 떨어진 꽃잎은 길에 수북하다.
門無剝啄 松影參差 禽聲上下 午睡初足.
문을 두드리는 소리 하나 없고 소나무 그림자만 들쭉날쭉하여
오르락내리락 산새소리에 비로소 낮잠이 흡족하다.
旋汲山泉 拾松枝 煮苦茗啜之,
이윽고 산의 샘물을 긷고 솔가지를 주워 쌉싸름한 차를 달여 마시며,
隨意讀周易․國風․左氏傳․太史公書 及陶杜詩韓蘇文數篇.
마음 가는 대로 『周易』이나 『詩經』의 <國風>, 『春秋』의『左氏傳』,
屈原의『離騷』, 太史公의『史記』, 그리고 陶淵明과 杜甫의 詩, 韓愈와
蘇東坡의 글 몇 편을 읽는다.
從容步山徑 撫松竹, 與麛犢共偃息於長林風草間, 坐弄流泉 漱齒濯足.
조용히 산길을 거닐며 소나무 대나무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높은 나무숲과 무성한 풀밭에서 어린 사슴이나 송아지와 함께 누워 쉬기도 하며,
흐르는 시냇가에 앉아 물장난을 치다가 양치질을 하거나 발을 씻기도 한다.
旣歸竹窓下 卽山妻稚子 作筍蕨 供麥飯 欣然一飽.
얼마 뒤 竹窓 아래로 돌아오면 산사람이 된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죽순과
고사리 나물을 만들고 보리밥을 지어 내와 흔연한 마음으로 배불리 먹는다.
弄筆牕間 隨大小作數十字, 展所藏法帖筆蹟畵卷 縱觀之,
창가에 앉아 붓을 놀려 되는 대로 크고 작은 글씨 수십 자를 써보기도 하고,
갈무리해 둔 法帖이나 筆蹟,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 놓고 마음껏 살펴보기도 하며,
興到則吟小詩 或艸玉露一兩段.
흥이 나면 짧은 시구를 읊조리기도 하고 간혹『鶴林玉露』한두 단락을 쓰기도 한다.
再烹苦茗一杯 出步溪邊
다시 차 한 잔을 달여 마시고 밖으로 나가 시냇가를 거닐다가
解后園翁溪友 問桑麻 說秔稻
밭에 있는 노인네나 시냇가의 벗들을 만나면
뽕나무며 삼베 농사를 묻고 찰벼와 메벼 이야기를 나누면서
量晴校雨 探節數時 相與劇談一餉.
갠 날과 굳은 날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절기를 따져 헤아리기도 하며
서로들 한바탕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歸而倚杖柴門之下 則夕陽在山 紫綠萬狀 變幻頃刻 恍可人目,
돌아와 지팡이를 사립문 아래 기대두면 어느덧 석양이 산에 걸려
보랏빛 푸른빛이 잠깐 사이에 온갖 모습으로 바뀌면서 눈을 황홀하게 하며,
牛背笛聲 兩兩來歸 而月印前溪矣.
소잔등에서 울리는 피리 소리 짝지어 돌아오고
하늘의 달은 도장 찍듯 앞 시냇물에 제 모습을 비추인다.
味子西此句 可謂絶妙.
子西의 이 구절(산은 태고인 양 고요하고 해는 어린 시절처럼 길기도 하지)
을 음미해 보면 가히 절묘하다 이를 만하다.
然此句妙矣 識其妙者蓋少.
하지만 이 구절이 절묘해도 그 절묘함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彼牽黃臂蒼馳獵於聲利之場者
저 명성과 이익을 사냥하기에 바쁜 사람들은
但見袞袞馬頭塵 匆匆駒隙影耳
말 머리에 이는 자욱한 먼지나 보면서
금세 지나가버리는 인생을 허둥지둥 살 따름이니
烏知此句之妙哉?
어찌 이 구절의 절묘함을 알겠는가?
人能眞知此妙 則東坡所謂無事此靜坐一日是兩日,
사람이 참으로 이 묘미를 안다면 소동파가 말하는 이른바
“일 없이 이렇게 고요히 앉아 있으니, 하루가 그대로 이틀이라네”라는 경지여서,
若活七十年 便是百四十 所得不已多戶?
만약 70년을 산다면 곧 140년을 누리는 셈이니 소득이 많지 않겠는가?
―羅大經, 『鶴林玉露』권4에서―
** 한문 공부 **
簟 대자리 점 ㉠대자리 ㉡삿자리(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筌 통발 전 ㉠통발(筒-: 대오리로 엮어 만든 고기를 잡는 제구)
得魚忘筌득어망전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면 그 목적(目的)을 달성(達成)하기
위(爲)해서 썼던 사물(事物)을 잊어버림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
拈 집을 념(염), 달 점
ⓐ(무게를)달다 (점) ㉠집다 ㉡집어 들다 ㉢손가락으로 집어 비틀다
剝啄 박탁
①(문을 열라고 문을)똑똑 두드림
②(딱다구리 따위 새가 나무를)딱딱 소리 나게 쫌
剝啄聲 박탁성 문을 두드리는 소리
煮 삶을 자 ㉠삶다 ㉡끓이다 ㉢굽다 ㉣익히다 ㉤익다
茗 차 싹 명 ㉠차 싹 ㉡차나무
啜 먹을 철
㉠먹다 ㉡마시다 ㉢훌쩍훌쩍 울다 ㉣울먹이는 모양 ㉤훌쩍거리며 우는 모양
從容 종용 침착(沈着)하고 덤비지 않음. 조용의 원말
麛 사슴 새끼 미 ㉠사슴의 새끼 ㉡짐승의 새끼
偃 쓰러질 언
㉠쓰러지다 ㉡쉬다 ㉢편안하다(便安--) ㉣그치다 ㉤교만하다(驕慢--)
㉥눕다 ㉦눕히다 ㉧쏠리다 ㉨방죽 ㉩뒷간
漱 양치질할 수
㉠양치질하다 ㉡빨다, 빨래하다 ㉢씻다
嗽 기침할 수, 빨아들일 삭
ⓐ빨아들이다 (삭) ⓑ핥다 (삭) ⓒ마시다 (삭)
㉠기침하다 ㉡양치질하다(=漱) ㉢기침
筍 죽순 순 ㉠죽순 ㉡대 싹 ㉢악기를 다는 틀 ㉣대로 만든 가마 ㉤대 껍질
蕨고사리 궐 ㉠고사리 ㉡고비 ㉢마름 ㉣수초 이름
縱 세로 종, 바쁠 총
...지라도 ㉤놓다, 쏘다 ㉥늘어지다 ㉦놓아주다 ㉧느슨하게 하다
㉨내버려 두다, 멋대로 하다 ㉩방종하다(放縱--), 방임하다(放任--)
㉪석방하다(釋放--), 놓아 주다, 풀어 주다 ㉫권하다 ...
艸 풀 초
㉠풀 ㉡초서(草書: 서체의 하나) ㉢초고(草稿) ㉣황야(荒野) ㉤암컷
㉥(풀을)베다 ㉦초고(草稿)를 쓰다 ㉧시작하다(始作--), 창조하다(創造--)
㉨엉성하다 ㉩거칠다 ㉪천하다(賤--), 미천하다(微賤--)
秔稻 갱도, 秔 메벼 갱 稻 벼 도
풀이 : 메벼 유의어 : 갱도(粳稻)
一餉 일향, 얼마 안 되는 동안. 짧은 시간(時間) = 一食頃
頃刻 경각,
잠시(暫時), 잠깐 동안, 눈 깜박할 동안(頃刻間). 극(極)히 짧은 시간(時間)
恍 황홀할 황
㉠황홀하다(恍惚ㆍ慌惚--) ㉡멍하다 ㉢어슴푸레하다
㉣마음을 빼앗겨 멍한 모양 ㉤형체가 없는 모양 ㉥어슴푸레한 모양
牽黃 누런 개를 끌고
臂蒼 푸른 매를 팔뚝에 앉혀
馳 달릴 치
匆 바쁠 총, 悤의 속자, ㉠바쁘다 ㉡급하다 ㉢밝다 ㉣슬기롭다
匆匆(悤悤) 대단히 바쁜 모양
袞 곤룡포 곤
袞袞 성의껏 설명하는 모양, 바쁜 모양, 성(盛)하게 떠오르는 모양
駒 망아지 구
隙駒 극구
닫는 말을 틈으로 봄과 같다는 뜻으로, 세월(歲月)이 몹시 빠름을 비유(比喩)하는 말
烏 까마귀 오, 나라 이름 아
ⓐ나라 이름 (아) ㉠까마귀 ㉡어찌 ㉢탄식하는 소리
㉣환호하는 소리 ㉤검다 ㉥탄식하다(歎息ㆍ嘆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