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춘음(春吟).........봄에 읊다
병원 창가에 서서 압구정로를 내려다 보니
오전 10시의 밝고 따뜻한 햇살이 거리에 가득하다.
일상을 지내다 보면 어느 날은 유달리 몸이 개운하고
바깥 날씨나 주위에 관심이 가는 날이 있다.
담장 너머로 손을 흔드는 꽃나무 가지에도 봄은 무르익어
마침 은행(銀行) 일 보러갈 일이 생각나 나도 거리로 나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경쾌하게 걸어가는 아가씨의 예쁜 맵씨를 보며
가로등에 걸린 나뭇가지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것에도 웃음이 나온다.
오춘기(五春期)가 왔나,
까닭도 없이 마음이 이렇게 즐거워지니....
오늘 저녁 식탁에 봄나물 반찬을 올려달라고 할까
한 밤 개운한 꿈속에선 흐드러진 꽃 풍경을 보고 싶다.
가끔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런 순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며칠 전에 ‘압구정로’라는 제목으로 올린 후
그 이미지를 좇아 한시(漢詩)의 윤곽이 떠올랐다.
이리저리 운서(韻書)를 뒤적이고
밤에 침대 위에서
그리고 며칠전 다녀온 일본 하꼬다떼의 버스 안에서도
머릿속으로 굴리고 굴리다가
오늘 춘음(春吟)이라는 제목으로 올려 본다.
春吟 봄에 읊다
平穩笑聲牆下童 담 아래 아이들 웃음소리 평화롭고
朝陽街路步閑翁 아침 햇빛 밝은 거리에 노인 걸음 한가롭네
蘿枝滿長微風裊 담쟁이 가지 가득 자라 미풍에 흔들리고
杏葉多生翠色蒙 새로 나온 은행 잎에 푸른 빛이 여리네
將進香蔬今暮卓 오늘 저녁 우리 집 식탁엔 향그런 나물 반찬 나올까
欲看艶朶晩宵夢 늦은 밤 꿈속에선 예쁜 꽃송이 보고 싶어
伴雖世事千辛苦 세상 일 비록 많은 어려움 따르지만
小樂恒存咫尺中 작은 즐거움 늘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네
(2009.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