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0. 6. 18. 16:10


 

바쑨(bassoon) 이라는 목관악기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크기는 홍두깨보다 클 듯 한데,
위쪽으로 곧추 세우고 연주를 하므로

 


바주카 포(砲)를 닮은 모습이 다소 위압적이지만..
그 소리는 매우 낮고 부드럽습니다.

 

그 소리는
오보(oboe)처럼 귀족풍(貴族風)도 아니고,
플루트(flute)처럼 화사(華奢)하지도 않고,
피콜로(piccolo)처럼 명쾌난비(明快亂飛)하지는 더욱 않으며,
클라리넷(clarinet)처럼 리드미칼한 육감(肉感)도 없고
호른(horn)처럼 환상적(幻想的)이지도 않지만

 

그러나 그 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서
듣는 이에게 늘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빠르고 강하게 연주를 할 때에도
음량이 어느 이상을 넘지 못하기에
관중을 휘어잡듯이 압도하지를 않고,

 

성격이 넉넉한 남성(男性)의 톤을 닮아
유순(柔順)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이 악기가 하는 일은
다른 악기의 음향을 강화시켜
목관악기군(群)의 저음(低音)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있지만,

 

때론 그 자신이 선률 악기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하며
다른 악기와 이중주 시에는 음악의 박력과 색채를 더해 줍니다.

 

그러나 바쑨은 음량이 크지 못하고
음색이 다른 악기에 쉽게 흡수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여러 악기와 합주할 때는
다른 악기에 대한  보조 기능을 주로 수행합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넉넉한 성격에 자신의 소리는 크게 내지 않고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바탕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예전에 어느 음악가에게서,
성인 남자의 목소리와 가장 근접한 소리의 악기가
바로 바쑨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쑨 연주를 들을 때 마다
타고난 친근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바쑨의 소리에는
익살과 웃음이 들어 있습니다.

 

그 웃음을,
한 차례 울고 나서 슬며시 띄우는 웃음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민한 표현일까요...

 

저는 바쑨을 좋아합니다.

 

제가 만약 음악 연주가가 되었다면
아마도 바쑤니스트(bassoonist)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쑨을 한시(漢詩)로 읊어 보았습니다. 


    巴松                     바쑨

 

管直高如棒      몸통은 홍두깨처럼 높이 곧추 섰으나

聲低緩曲流      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굽이쳐 흐르네

調諧猶淚跡      가락은 익살스러우나 눈물 흔적 있어

聽盡腹中憂      듣는 이 마음 속 근심거리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