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0. 10. 12. 13:59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서기 1071년 36세가 되던 해의 동짓달에 새 임지인 항주(杭州)로

가던 도중,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진강시(鎭江市)에 있는 금산사(金山寺)라는 절에 들렀다. 그곳

에서 보각(寶覺), 원통(圓通) 두 스님을 방문하고 그들의 권유로 며칠을 머물면서, 그곳에서 ‘금산

사에 노닐며(遊金山寺)’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모두 22 구(句)로 된 긴 시인데, 여기에 그 일부

를 소개한다.

 

         微風萬頃靴紋細     미풍이 넓은 물 위에 가려린 무늬 그리고

         斷霞半空魚尾赤     하늘의 노을 조각은 물고기 꼬리처럼 붉다

         是時江月初生魄     이때 강 위로 초승달 떠오르고

         二更月落天深黑     이경이라 달도 지고 하늘은 깜깜한데

         江心似有炬火明     강 복판은 횃불을 켠 듯 환하고

         飛焰照山棲烏驚     날아다니는 불꽃 산을 비추니 자던 까마귀 놀란다

         悵然歸臥心莫識     허탈하여 돌아와 누워도 알 수가 없네

         非鬼非人竟何物     귀신인지 사람인지 아니면 그 무엇인지

 

   그런데, 위 시 인용부의 후반부엔 매우 이색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산에 올라가서 강과 절과

노을을 조망(眺望)한 다음, 이어 밤이 되어 떠올랐던 동짓달의 초승달도 진 밤 깜깜한 하늘에 갑자

기 날아다니는 불덩어리(飛焰 비염)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 불덩어리는 처음엔 강 복판 위에서 있다가, 산으로 올라가서 비추니 숲에 자던 새들이 놀라 깰

정도라고 하였다. 산문(散文)이 아니고 시(詩)인지라 동파가 본 것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동파는 본 것에 충격을 받고(悵然 창연) 방으로 돌아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누웠으나, ‘귀

신인지 사람인지 아니면 그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귀신도 사람도 아닌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시를 아무리 읽어 보아도 그가 묘사한 ‘날아다니는 불꽃’이 인위적인 불꽃놀이에 의한 것이라

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동파가 그렇게 놀랐을 리도 없고, 방에 돌아와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을

리도 없다. 하여간 이 몇 줄의 내용은, 명승지의 풍경과 감회를 노래한 시 전체의 맥락에 전혀 어울

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송시(宋詩) 해설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다. 오직 어느 한 해설서

에 ‘거화(炬火)란 횃불을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꼭 그런 것만 같지도 않다’ 라고 다소 모호하게

나와 있다. 그렇다면 대시인 소동파는 왜 이런 부분을 시에 삽입했을까.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동파가 이날 밤 목격한 것은 혹시 UFO와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소동파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송나라의 과학자 심 괄(沈 括)이라는 사람이 지은 <몽계필담(夢溪

筆談)>이라는 책 제 21권의 이사(異事)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가우(嘉祐) 연간(1056~1063년)에 양주(揚州)에 진주조개 큰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날이 어

두워지기만 하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천장현(天長縣) 호숫가에 나타나더니 벽사호(甓社湖)

로 옮겼으며 나중에는 신개호(新開湖)로 옮겨간 지 이미 십여 년이 지났다. 부근 주민들과 나그네

들도 늘 그것을 보곤 하였다. 내 친구의 서재가 바로 호수 부근에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조

개가 매우 가까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천천히 껍데기를 벌렸는데 마치 옆으로 그어진 금줄 같은 빛이 틈새에서 새어 나왔다.

잠시 후 갑자기 그 껍질을 벌렸는데, 그 껍데기가 얼마나 컸던지 자리 반 장은 차지하였다. 그 안의

빛은 은자(銀子) 같이 희었다. 그 안의 진주는 주먹만한 크기였으며 광채가 찬란하여 두 눈으로 바

로 볼 수가 없었다.

 

   십여 리 범위 밖의 숲도 빛그림자를 받았는데, 마치 처음 떠오르는 태양이 비추는 것 같았다. 멀

리서 그것을 보면 하늘에 들불이 피어나는 듯 붉었으며, 잠시 후에는 그것이 멀리 사라지면서 나는

듯 수면에 떠오르는 모습이 태양과도 같았다.... 그것이 발하는 빛은 화염과도 같았으며 또 태양 빛

이었다.... 근년에 와서는 그것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번량진(樊良鎭)은

진주조개가 잘 나타나는 곳이다.”

 

   청나라 오유여(吳有如)라는 화가는 1891년 9월 28일 저녁에 지금의 남경 하늘에 나타났던 이상한

불덩어리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 위에 그가 직접 써 놓은 글을 보자.

 

 

   “9월 28일 밤 8시 경에 금릉(지금의 남경) 성남에 갑자기 둥근 불덩어리 같은 것이 나타났다. 서

쪽에서 동쪽으로 스스로 움직이며 모양은 큰 알과 같았는데, 색은 붉은데 빛을 내지는 않았으며...

주작교 위에는 목을 빼고 발돋움을 하며 이것을 보려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모여 있었다...”

 

   이처럼 옛날에도 이런 목격담들이 심심찮게 있었고, 요즘에는 아주 식상할 정도로 많아서 심지

어는 조작된 가짜 목격담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UFO 는 과연 있을까. 잊어버렸다가도,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의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우리의 하늘에 매일 떠오르는 태양은 하나뿐 일까? 또 있다면 어디에 몇 개나 더 있을까? 우리 태

양계에는 태양이 하나이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4,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 원반 모양을 하고 있는 우리 은하계의 크기는 그 지름이 10만 광년이다. 즉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가도 10만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광대한 우리 은하계에 4,000억 개의 태양이 있다면, 그중에 우리와 같이 지적(知的) 문명

(文明)이 발달한 행성이 없으란 법은 없다. 있나 없나로 말하자면 오히려 있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

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계에 우리 지구와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지적 문명을 가진 별이 있다면 과

연 얼마나 있을까? 이 가능성을 하나의 공식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 1961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의

그린뱅크 천문대에서 열린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한 그린뱅크 회의’에서 미국 코넬대학의 드레이크 교

수는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내어 놓았다. 소위 ‘드레이크 방정식’이라는 것이다.

 

   우리 은하계에 있는, 지능을 가진 문명의 수를 N 이라고 할 때,

N = N* fp ✕ ne ✕ f? ✕ f? ✕ fc ✕ L 이라는 방정식이 성립된다고 한다.

 

     N* :  우리 은하계에서 1년에 생겨나는 태양별의 수(개/년)

    fp :  태양별 중 행성을 가지고 있는 것의 비율

    ne : 하나의 태양별의 행성 중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의 수

    f? :  그런 환경을 가진 행성 중에서 실제로 생명이 발생할 확률

    f? :  그 발생한 생물이 지적인 생물로 진화할 확률

    fc :  지적인 생물이 다른 별에 통신을 보낼 만큼 기술문명을 발달시킬 확률

      L :  그러한 문명의 수명(년, 年)

 

   이 방정식의 일곱 개의 변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양하므로, 정답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1961년 당시에 드레이크 교수는 N* = 10, fp = 0.5, ne = 2, f? = 1, f?= 0.01, fc = 0.01,

L = 100 으로 계산하여, 우리 은하계에 우리와 같거나 그 이상의 지적 문명의 개수를 10 으로 추정

하였다.

 

   연구자에 따라 위 일곱 개의 변수에 어떤 이들은 큰 수를 또 어떤 이들은 작은 수를 넣기도 한다.

버지니아 대학의 천문학자 그룹은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한 값들을 대입하여 80,000 개의

외계 지적 문명이 있다고 하였고, 아주 비관적인 입장의 그룹들은 외계 문명의 개수를 0 으로 추정

하기도 한다. 일본의 미즈타니 히토시(水谷仁) 라는 지구과학자는 일반적이고 보수적인 견해를 가

지고 변수를 정하여 외계 문명을 5개 내외로 추정하였다.

 

   외계문명이 있고 없고는 전문 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독서(讀書)로서 알아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어쩌다 한 번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끊임없는 의문이 일어나 더욱 미

궁(迷宮)에 빠지게 됨을 어쩔 수 없다.

 

   눈앞의 자잘한 일들에 구애됨이 심해질수록 사람이 더욱 소심해짐을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우주

로 눈을 한번 돌려 보자. 앞서 말했듯이,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원반 모양의 우리 은하계는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가도 1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욱이, 우리 은하계의 주위에

는 비슷한 다른 은하계들이 30여 개나 모여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 크기를 우리들의 평범한 머

리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워진다.

 

   한편, 우리 문명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60억이 넘는 인구가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며 살아오

다 보니, 물과 공기의 오염은 물론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에 의해 우리 문명의 수명은 점점 짧

아지고 있다. 탈출구가 없이 인류의 이러한 생활방식이 지속된다면 우리 문명의 남은 수명은 100년?

길어야 200년 안쪽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라고 한다.

 

   이제 다시 동양의 옛글로 돌아가 보자. 장자(莊子)의 칙양편(則陽篇)에 나오는 글이다. 중국의 전

국시대(戰國時代) 위(魏)의 혜왕(惠王)이 제(齊)의 위왕(威王)과 조약을 맺었는데, 위왕이 이를 어

기자, 혜왕은 제(齊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기에 혜왕은 현

자(賢者)인 대진인(戴晉人)에게 자문을 구했다.

 

  대진인이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달팽이를 아십니까?”

“알고 있소.”

“그 달팽이 왼쪽 뿔에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만씨(蠻氏)라는 나라 가 있었습

니다. 한때 땅을 가지고 서로 다투다가 전쟁을 하였습니다. 쓰러져 누운 시체 가 수만(數萬)이고 도

망가는 적군을 쫓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돌아올 정도였습니다.”

“음, 그것은 빈 말일지고.”

“청컨대 이제 신이 임금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도록 하여 주십시오. 임금님께서는 우주의 사방과 아

래 위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지.”

“마음을 끝없음(無窮)에 노닐게 하고, 사람들이 사는 나라들을 돌아본다면 그것들은 있을까 말까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하도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지구는 잘 보이지도 않는 한 점일 뿐이다. 그 안에 수십억명

이 얽히고 설켜서 누가 잘했느니 누가 못했느니 하면서, 남는 것도 없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으니

어쩔 것인가. 우리 인류는 이제라도 어서 겸손함을 배워, 이제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진정한 경각

심(警覺心)을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