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생 명
겨울모자
2010. 11. 19. 17:10
금년 서른둘인 딸아이가
결혼하고 또
아이를 가지니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진짜로 알겠다고 했는데
아이 낳아 키워 보니
또(!) 몰랐던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속에서 새로이 우러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핏덩이를 안아 젖을 먹이고
정면으로 눈을 마주하면
어린 것 답지 않게
조용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길에
딸아이는 감동한 것 같다.
32년 전
자신이 엄마에게
이 아이와 같은 존재였구나
하는 깨달음이겠지
우리를 쳐다보는 딸아이의 눈빛엔
전과는 다른
어떤 것들이 더 들어 있다.
아내는 외손자를 안고 들여다보며
연신 입가에 웃음을 흘리면서
피곤한 줄도 모른다
아내가 손자를 바라보며
느끼는 생명의 신비로움은
딸아이가 느끼는 것보다
배(倍)는 넘을 것이다.
자기의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았으니
사람의 생(生)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깨우치는 것인가.
아이의 이름을
지웅(贄熊)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폐백 지(贄)자, 곰 웅(熊)자
산모도 아이도 내내 건강하길 바라며
이름자를 입속에서 중얼거리다가
탄생 축하시를 한 수 읊어 본다.
九月朝天架彩虹 구월 아침 하늘에 오색 무지개 걸리고
萬山紅葉錦屛風 만산에 단풍 들어 비단 병풍 두르니
今余女息添丁日 오늘은 내 딸아이 아들 낳은 날
富貴英名李贄熊 부귀 누릴 좋은 이름 이지웅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