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祝賀)
지금으로부터 꼭 28년 전인 1985년 가을에, 잠실의 진주 아파트에서 열다섯 명의
젊은이가 합숙을 시작하였다. 할머니 한 분이 출퇴근하면서 해주는 밥을 먹으며, 3
개월의 합숙 끝에 모두들 무사히 성형외과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였다.
일부 총각 선생들도 있었지만 이미 결혼을 하고 어린 자녀를 둔 이가 더 많았었으
니, 당시의 그 합숙이란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이 들어 책을 파고드는 공부
도 공부지만, 가족 생각도 나고 개인적인 볼 일도 자꾸 생기기곤 했으니.
그러나 공동의 목표가 있는 우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똘똘 뭉쳐서 시험공부라는
것을 해 나갔다. 드디어 시험이 끝나고 난 후, 늘 서로 잊지 말자며 ‘진성회’라는 이름
의 동기 모임을 만들고, 각자 뿔뿔이 자신의 길로 흩어져 간 것이 벌써 28년 전의 일
이다.
그로부터 한창 바쁘던 전문의 초년병 시절을 거쳐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이제 각자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볼 나이가 되었다. 그새 외국으로 이주한 친구도 있고 불행한 일
로 유명(幽明)을 달리한 친구도 있었다. 나 역시 대학 교수직 4년을 끝내고, 압구정동
에 나의 개인 의원을 열어 지내온 지도 햇수로 25년. 어느새 그리도 빨리 시간이 지나
갔을까.
얼마 전 동기 모임에서, 고려대 구로병원장으로 있던 김우경교수가 의료원장겸 대
학 부총장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래전 내가 교수직을 그만둘 당시의
아쉽고 착잡하던 생각이 떠오르며, 이제까지 외길로 모교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온 김
교수의 참으로 장한 모습에 마음으로부터의 박수와 축하를 보낸다.
교수사회의 투표사상 유례가 없는 80%의 높은 지지율로 인준을 통과하였음은, 평
소 그의 성실하고 원만한 성격과 탁월한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절단된 손
과 손가락의 재접합수술 분야에서 그는 세계 최초로 열 손가락을 한 번에 접합시키는
수술을 성공하여, 그의 술기(術技)가 영어 교과서에 등재되었다.
그의 논문들은 세계 접합수술 의사들의 주요 인용 텍스트가 되었고, TV에서도 그
런 그를 가만히 두지 않고 '명의'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뿐만 아니
라 탁월한 경영능력까지 인정받아 이제 고려대학의 의료원장 겸 의무 부총장이 되었
으니 주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크겠는가.
공적인 일로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어쩌면 자그마한 우리 동기 모임에도
그는 빠지는 법이 없다. 따뜻한 마음과 겸손한 말투에 늘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친구
김 교수가 늘 건강하게 대학과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하기를 빌어 본다.
祝金雨慶敎授任醫療院長兼副總長
김우경 교수가 의료원장 겸 부총장을 맡음을 축하하며
醫路精修自弱冠 젊은 시절부터 정진해 온 의사의 길
邇來白雪鬢眉看 이제 눈썹과 귀밑머리 희어진 나이에
今聞子任顯淸職 오늘 그가 귀한 직책 맡음을 들었으니
家戚喜歡同學歡 가문의 기쁨이요 동기생의 기쁨이네
大學操鞭四七年 대학에서 28년 동안 가르치면서
載書術技九餘篇 책에 올린 수술 기술 아홉이 넘으니
吾曹共讚他淸福 우리는 모두 그의 청복을 기리며
早晩開來待賀筵 조만간 열릴 축하연을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