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望海)
주말에 서해바다에 다녀왔다.
숙소에서 내려다보는 개펄엔
여전히 조수(潮水)가 찰랑거리고
사람들은 열심히 바지락을 줍는다.
고개 들어
고깃배가 떠있는 먼 바다를 바라보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 또다시 몰려온다.
저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삼백여 여린 목숨들이 떠난 지도 이제 한 달.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단순한 선사(船社)의 잘못인 줄 알았더니
종교단체와 관련된 탐욕의 거미줄이
민간과 관(官)에까지 얽혀있고,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나라의 소환도 우습게 알고 꼭꼭 숨어버렸다.
슬퍼만 하기에도 버거운데
놀라움과 분노를 지나
커다란 우울(憂鬱)이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눈앞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속으로 곪아온 환부(患部)를 도외시해온 잘못에
누구나 지금 마음이 아프다.
긴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이제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것을 바로 잡고서 어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望海 바다
潮音浦漵不今休 개펄의 조수 소리 오늘도 쉬지 않고
飛近無心數白鷗 사심 없는 갈매기만 가까이 날아오네
大小人人勤拾蜆 어른 아이들 열심히 바지락을 줍는데
兩三漁艇若眠浮 고깃배 두세 척 조는 듯이 떠있네
沈船慘事使人驚 배 침몰 참사에 사람들은 놀랐고
眺海從容似薄情 바다를 바라보니 무정한 듯 고요한데
三百蒙魂終去後 삼백여 여린 목숨 스러져간 이후에
胸中哀悼刺如荊 그 슬픔 가슴속을 가시처럼 찌르네
* 浦漵(포서)... 개펄, 浦 개펄 포, 漵 개펄 서
* 勤拾蜆(근습현)... 부지런히 바지락을 줍다, 勤 부지런할 근
拾 주을 습, 蜆 바지락 현
* 漁艇(어정)...고깃배, 艇 거룻배 정
* 若眠浮(약면부)... 조는 듯이 떠있다. 若 마치 ~처럼,
眠 졸 면, 浮 뜰 부
* 使人驚(사인경)... 사람들을 놀라게 하다, 使 하여금 사,
驚 놀랄 경
* 眺海(조해)... 바다를 바라보다, 眺 바라볼 조
* 從容似薄情(종용사박정)... 조용하여 박정한 듯하다
從容 조용하다, 似 같을 사
* 蒙魂(몽혼)... 여린 목숨
* 刺如荊 (자여형)... 가시처럼 찌르다, 刺 찌를 자,
如 같을 여, 荊 가시(나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