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孫子)
나이 먹어 좋은 점도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새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친구도 아주 어린 친구.
안고 업고 먹이고 닦아 주고
때론 화장실도 데려가야 하고
함께 있으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지만,
이제 네 살
손자 녀석이 찾아오는 날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어찌나 나를 꼬옥 껴안는지
어린 몸이 풍기는 따스함과 애기 냄새,
천진난만한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풍진(風塵)을 다 잊어버린다.
돌아서면 생각나고
헤어지면 금세 또 보고 싶어지니,
사람이 사람을 이리도 생각하는 것이
수십 년 전 아내와 연애하던 이후로 처음이던가.
몸도 마음도 쇠잔해지는 나이에
힘내라고 주신 조물주의 선물.
몇 시간을 나와 함께 놀다가
빠이 빠이,
다시 에미 손잡고 제 집으로 돌아간 후
마루에 두고 간 장난감 공을 바라보며
나는 홀로 미소 짓는다.
孫子 손자
初夏雨中携母手 초여름 비오는 날 엄마 손을 잡고 와서
呼余展臂笑盈顋 팔 벌리고 날 부르며 화알짝 웃는 얼굴
披於畵冊倆俱看 그림책을 펼쳐서 둘이서 함께 보고
哺盡哄眠晴色開 먹이고 재우고 하는 사이 비는 개었네
* 携母手(휴모수)... 엄마 손을 잡고 오다, 携 끌 휴, 손을 끌고,
* 呼余(호여)... 나를 부르다, 呼 부를 호, 余 나 여,
* 展臂(전비)... 팔을 펴다, 展 펼 전, 臂 팔 비,
* 笑盈顋(소영시)... 얼굴 가득 웃음을 띄다. 笑 웃을 소, 盈 찰 영,
顋 뺨 시(새)
* 披於(피어)... ~을 펼치다, 披 펼칠 피, 於 어조사 어,
* 畵冊(화책)... 그림 책
* 倆俱看(량구간)... 둘이 함께 보다. 倆 두 사람 량, 俱 함께 구,
* 哺盡(포진)... (이것저것 다) 먹이다. 哺 먹일 포, 盡 다할 진,
* 哄眠(홍면)... 재우다, 哄 달랠 홍, 眠 잘 면,
* 晴色開(청색개)... 비가 개이다, 晴 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