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4. 6. 27. 12:38

 

나이 먹어 좋은 점도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새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친구도 아주 어린 친구.

 

안고 업고 먹이고 닦아 주고

때론 화장실도 데려가야 하고

함께 있으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지만,

 

이제 네 살

손자 녀석이 찾아오는 날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어찌나 나를 꼬옥 껴안는지

어린 몸이 풍기는 따스함과 애기 냄새,

 

천진난만한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풍진(風塵)을 다 잊어버린다.

 

돌아서면 생각나고

헤어지면 금세 또 보고 싶어지니,

 

사람이 사람을 이리도 생각하는 것이

수십 년 전 아내와 연애하던 이후로 처음이던가.

 

몸도 마음도 쇠잔해지는 나이에

힘내라고 주신 조물주의 선물.

 

몇 시간을 나와 함께 놀다가

 

빠이 빠이,

다시 에미 손잡고 제 집으로 돌아간 후

 

마루에 두고 간 장난감 공을 바라보며

나는 홀로 미소 짓는다.

 

  

       孫子                               손자

 

初夏雨中携母手     초여름 비오는 날 엄마 손을 잡고 와서

呼余展臂笑盈顋     팔 벌리고 날 부르며 화알짝 웃는 얼굴

披於畵冊倆俱看     그림책을 펼쳐서 둘이서 함께 보고

哺盡哄眠晴色開     먹이고 재우고 하는 사이 비는 개었네

 

 

*  携母手(휴모수)... 엄마 손을 잡고 오다, 携 끌 휴, 손을 끌고,

*  呼余(호여)... 나를 부르다,  呼 부를 호, 余 나 여,

*  展臂(전비)... 팔을 펴다, 展 펼 전, 臂 팔 비,

*  笑盈顋(소영시)... 얼굴 가득 웃음을 띄다. 笑 웃을 소, 盈 찰 영,

                            顋 뺨 시(새)

*  披於(피어)... ~을 펼치다, 披 펼칠 피, 於 어조사 어,

*  畵冊(화책)... 그림 책

*  倆俱看(량구간)... 둘이 함께 보다. 倆 두 사람 량, 俱 함께 구, 

 

*   哺盡(포진)... (이것저것 다) 먹이다.  哺 먹일 포, 盡 다할 진,  

*   哄眠(홍면)... 재우다, 哄 달랠 홍, 眠 잘 면,

*   晴色開(청색개)... 비가 개이다,  晴 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