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哀悼)
12월 10일은 나의 오랜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하루 종일 마음이 먹먹하더니
오후에 눈발이 펄펄 날린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으나
믿고 의지하며 지내온 젊은 날,
인생관(人生觀)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지만
중년 이후로
실의(失意)가 거듭되면서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한 그는
내 끈질긴 충고를 듣지 못하고
끝내 병을 얻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후 1년
안타까움도 원망(怨望)도
이제는 모두 부질없으니
기도(祈禱)만이 나의 이 시름을 덜어주려나.
눈은 그치고 어느새 하늘엔
말갛게 씻은 달이 내려다 본다.
哀悼 애도
雪飛花片片 눈이 내려 꽃잎처럼 휘날리면서
庭樹白千枝 정원 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더니
滿地昏雲去 온 천지에 어두운 구름 걷히고
虛空半月窺 빈 하늘 반달이 엿보고 있네
召天思友夜 하늘로 떠난 벗을 생각하는 밤
往事惱人時 지난 일 생각에 마음 끓이네
不服吾多挽 그렇게 말렸으나 듣지 않고서
悤悤豈急之 어찌 그리 급하게 가버렸는가
* 昏雲去(혼운거)... 어두운 구름 걷히고, 昏 어두울 혼,
* 半月窺(반월규)... 반달이 엿보다, 窺 엿볼 규,
* 召天 (소천)... 세상을 떠남
* 往事(왕사)... 지나간 일, 往 갈 왕
* 惱人(뇌인)... 사람을 괴롭히다, 惱 괴롭힐 뇌,
* 悤悤(총총)... 바쁜 모양
* 豈急之(기급지)... 어찌 그리 급히 가는가? 之 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