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5. 6. 3. 12:25

친구의 별장을 찾아 숲으로 드니

 

길은 옆으로 또 옆으로 빠져
가지 치듯 자꾸만 좁아져 간다.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좁은 돌길 끝나는 곳

 

있을까 싶은 곳에
집 한 채 과연 우뚝 서있다.

 

가물었어도 제법
졸졸졸 소리 시끄러운 내(川)가 흐르고

 

앞 산 뻐꾸기 소리에
가쁘던 숨이 탁 놓인다.

 

이런 곳에 깔끔한 별장을 마련한
친구의 부지런함에 새삼 놀라며

 

오늘과 내일
이곳에 있을 즐거운 일들을 상상해본다...

 

미주(美酒)와 가효(佳肴)를 앞에 두고
해는 지고  달은 떠오르고,

 

춘흥(春興)이 도도(滔滔)하여
고담준론(高談峻論)은 그칠 줄을 모른다...

 

소쩍새가 새벽잠을 깨우고
안개속의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은
나보다도 나이가 많을 것 같다.

 

산벌(山蜂)이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중,
멀리서 들려오는 딱따구리 소리도
내 귀는 놓치지 않는다.

 

별장을 소유하고
유지하는 수고로움이 커

 

차라리 별장을 소유한 이의 친구 됨이
그 못지않다는 말도 있으니

 

행복할 진저,
나는 별장을 가진 이의 친구이로다.^^


 

    別莊                         별장


布穀前山號       앞산 뻐꾸기 나를 부르고
林深路欲迷       숲은 깊어지니 길마저 아련하네                                     
竟尋蹊盡處       마침내 좁은 산길 끝나는 곳에
忽有屋臨溪       시냇가 집 한 채 우뚝하여라

 

剝啄聞淸楚       딱따구리 소리 또렷이 들리고   
山蜂沸草花       산벌은 풀꽃 위에 잉잉거리네     
甘醪人易醉       막걸리 맛 달아서 쉽사리 취해  
日暮臥雲霞       해질 녘 구름 노을 속에 누웠네

 

蜀曉令人起      두견새 울음소리 새벽잠 깨우고                                  
喬松過幾春      높은 소나무 나이 몇 살이런가       
福禧眞我是      나는 정말 복많은 사람이로다                                   
友有別莊人      별장을 가진 이의 친구이기에

                                           (2015. 5. 30)

 

* 布穀(포곡)...뻐꾸기,   號부를 호
* 路欲迷(로욕미)... 길이 아련하여지다, 路길 로,
              欲하고자할 욕,  迷미혹할 미
* 竟尋蹊盡處(경심혜진처)...竟마침내 경, 尋찾을 심,
             蹊 작은 길 혜, 盡다할 진, 處곳 처
* 忽有屋臨溪(홀유옥임계)...忽문득 홀, 臨임할 임, 溪시내 계
                          
* 剝啄(박탁)... 딱따구리(쪼는 소리)
* 聞淸楚(문청초)... 또렷이 들리다, 淸楚또렷이
* 沸草花(비초화)... 沸(벌)잉잉거릴 비, 草花풀꽃
* 甘醪(감료)... 단 막걸리, 醪 막걸리 료
* 臥雲霞(와운하)...臥누울 와, 雲구름 운, 霞노을 하

 

* 蜀曉令人起(촉효영인기)...蜀귀촉도, 두견새,  曉새벽효,
                                     令하여금 령, 起일어날 기
* 喬松過幾春(교송과기춘)... 喬松높은 소나무, 過지날 과
                                      幾몇 기, 春봄 춘
* 福禧(복희)... 복이 많음,
* 友有別莊人(우유별장인)... 友벗 우, 有別莊人별장을 가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