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5. 7. 13. 14:38

주말엔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중

문득 올 첫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제비는 도시를 떠난 지 오래지만

해마다 이 매미소리는 참 반갑다.

 

어느새 초복은 눈앞이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끈끈해지니

이 더위를 어찌 보내야 하나.

 

오랜 가뭄에 바싹 마른 대지 위로

태풍이라도 진작 지나갈 것이지.

 

베란다의 화분들 앞에 앉아서,

 

재작년에 씨를 심었던 태국 귤나무는

밑동이 굵어지며 제법 키가 크고

여름마다 푸른 잎들을 왈칵왈칵 내어 놓는다.

 

2주 전에 심은 루꼴라는

쌍떡잎이 네 떡잎으로 바뀌었다.

 

작은 씨 속에 점점이 박혀 있던

지도(地圖)같은 그 무엇이

 

물만 먹고서도 이렇게 쑥쑥

모양을 만들어 내니,

 

씨를 심고서 싹이 나오는

그 당연한 사실이 왜 이리 신기할까.

 

아내가 씻어준 체리를 먹고 나서

작은 콩알만한 그 씨앗을 말려 몇 개를 심었다.

 

복중(伏中)에 싹이 나오려는지,

나온다면 어떤 싹이 나오려는지 궁금해서

 

거기에 내 여름을 걸었다.

 

 

    炎天                      더위

 

忽覺初蟬語        올 들어 첫 매미 소리인가봐

於焉猛夏中        어느새 한 여름 속에 앉았네

那堪三伏苦        삼복더위를 어찌 견디어 내나  

午日火雲空        한낮 하늘엔 뜨거운 구름

 

急雨打窓亂        급한 비 사납게 창을 때리며  

颱風深夜馳        깊은 밤 태풍이 지나가고서

朝暾澄上照        아침 해 맑게 떠올라 비추니

樹樹耀淋漓        나무마다 반짝반짝 물방울지네

 

橘葉土盆盛        화분의 귤 이파리 잘도 자라니

種傍櫻實仁        그 곁에 체리 씨앗 몇 개 심고서 

新芽何樣發        어떤 모양 싹들이 나오려는지

等裡欲頤神        기다리며 내 마음 가라앉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