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早秋 조추)
추석인데도
한낮의 볕은 따끔따끔하다.
수줍은 단풍은
산꼭대기에 머뭇거리고
호숫가 조붓한 길은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가지 끝에 졸고 있는 고추잠자리.
가만가만 손을 뻗어
톡 집으니
나에게도 잡히고 만다.
손자는 기뻐서 팔짝 뛰고
시원한 바람에
호수 위로는 구름 그림자가 흘러간다.
저녁 어스름에
바다 위로 떠오르는 슈퍼 문
신비로운 그 모습
다정하고도 은은한 그 색깔
오늘따라 옥토끼의 귀가
더 수그러져 보인다
아내는 어느새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다.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그래, 나도 함께 빌어 보자
모두들 건강하게 이 가을을 맞이하라고...
早秋 초가을
朱蜻枝末睡 가지 위에 졸고 있는 고추잠자리
蹐捕給携兒 살금살금 잡아서 아이에게 주니
歡笑響濱徑 기뻐하는 웃음소리 물가에 퍼지고
碧湖雲影移 푸른 호수에 구름 그림자 옮겨 가네
* 朱蜻(주청)... 고추 잠자리
* 枝末睡(지말수)... 가지 끝에 졸다, 睡 잘 수
* 蹐捕(척포).. 살금살금 잡다,
蹐살금살금 걸을 척, 捕 잡을 포
* 給携兒(급휴아)... 데리고 가는 아이에게 주다,
給 줄 급, 携 끌 휴
* 響濱徑(향빈경)... 물가 길에 소리가 울리다,
響 울릴 향, 濱 물가 빈,
徑 작은 길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