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 (思哥)
수원의 과수원집 딸인 12살 소녀 최순애는 날마다 과수원 밭둑에 앉아
오빠를 그리워하였다. 8살 위인 오빠 최영주는 배재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한 후 귀국하여, 소파 방정환 주간의 <개벽사>에서 함께 일하며,
잡지 <어린이>의 발간을 비롯한 아동 문화운동을 하고 있었다.
가끔 집에 들르는 오빠는 늘 선물을 사가지고 왔고, “다음에 올 땐 우리
순애 고운 댕기 사다 줄께”하며 다시 서울로 떠난 후 또 소식이 없었다.
최순애는 이 그리움을 시로 썼고, 이 작품은 1925년 잡지 <어린이>에 입선
되어 최순애라는 이름이 소녀 문예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노래에 나오는 ‘비단 구두’는, 처음엔 ‘비단 댕기’로 쓴 것을 노래의 주인공
오빠가 읽고는 ‘비단 구두’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고 한다. 이
시는 이후에 홍난파, 이일래가 곡으로 만들었으나, 1949년에 박태준이 만든
노래가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멜로디의 <오빠생각>이다. 애국가의
가사는 잘 몰라도 이 노래의 가사는 2절까지 꿈에 불러보라고 해도 못 부르
는 이가 없을 만큼 우리 한국인의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노랫말을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면 마음속으로 자연스레 운율이 솟아오
르며, 노랫말이 그리는 정경(情景)이 아름답고도 애달프게 떠오른다. 어린
소녀가 어찌 이렇게 기막힌 기-승-전-결을 이루었는지 감탄이 나와 나도
모르게 한시(漢詩)의 구도 속으로 노랫말을 변환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思哥 오빠생각
角角䳾雞鳴水畓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懃懃布穀號前山 뻐꾹 뻐꾹 뻐꾹새 앞산에 울 제
阿哥馬向長安語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爲我綾鞋買復還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陣陣雁行來自北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啾啾蟋蟀正啼悲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阿哥一片無消息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蕭瑟西風木落時 갈바람에 나뭇잎만 떨어집니다.
䳾雞등계...뜸북새, 懃懃근근...은근한 모양, 布穀포곡...뻐꾹새
阿哥아가...오빠를 다정히 일컫는 말, 長安장안...서울,
綾鞋능혜...비단 구두, 陣陣진진...연이어 오는 기러기 떼,
雁行안항...줄 지어 나는 기러기의 대열,
啾啾추추...벌레가 슬피 우는 소리, 蟋蟀실솔...귀뚜라미
蕭瑟소슬...가을바람이 쓸쓸하게 부는 모양
동시 <오빠생각>이 발표된 다음 해인 1926년 <어린이>잡지에는 마산에
사는 15세 소년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이 실렸다. 이를 인연으로 해서,
나이가 두 살 차이인 두 사람은 그 후 10여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결혼하게 되었다. 최순애의 부모는 처음에는 이 결혼을 반대하였으나, 최
순애의 그 오빠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향의 봄> 역시 <오빠생각> 못지않게, 한국인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따라 부르는 노래다. 당시 일제(日帝)의 압제(壓制)하에 신음
하던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깔려 있던 해방(解放)을 갈구하던 정서가 이 노
래들로 하여금 이렇게 오랜 생명력을 가지게 한 것이다. 더구나 소싯적에
이 시를 쓴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가며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발
전에 크게 기여한 점 또한 참으로 감사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故鄕春 고향의 봄
春到山村憶故鄕 나의 고향 산촌에 봄이 오면은
杏桃姸艶杜鵑香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향기
紅黃綠白成花闕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夢裏常思不易忘 꿈속에도 늘 보여 잊지 못하네
杏桃행도...살구와 복숭아, 姸艶연염...곱고 예쁨
杜鵑두견...두견새, 진달래, 花闕화궐...꽃대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