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7. 4. 20. 12:12

막바지에 이른

춘삼월을 시샘하는 듯


내내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뿌리고


바람은 연신

가지를 흔들어대더니


저녁이 가까워지자

비 그치고 땅은 마르고


노란 햇빛 기둥이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내리비친다.


말끔히 씻긴 이 저녁

산보를 나가볼까


엊그제까지 화사하던

백목련 벚꽃들은

모두 다 떨어져 흩어지고


꽃나라 주인은

라일락으로 바뀌어

문득문득

암향(暗香)이 느껴진다.


봄은 이렇게 마감되려나,


라일락 낮은 가지를 잡아

코에 대어 본다.



       晩春                                      늦은 봄


雨餘日漏掛光芒        비 그치고 구름 사이 빛줄기 새어나니

瓊沫梢頭耀爽涼        가지 끝에 물방울 져 시원스레 빛나고

白雉櫻花都散落        흰 목련 벚꽃 송이 모두 떨어졌으니

逼聞擧踵紫丁香        발 돋우어 코 가까이 라일락 향내 맡네

                                                         (2017. 4. 17)


* 掛光芒괘광망...빛줄기가 걸리다, 掛걸 괘, 光芒광망...빛줄기

* 瓊沫경말...반짝이는 물방울, 瓊옥 경, 沫물방울 말

* 梢頭초두...가지 끝, 梢우듬지 초, 耀爽涼요상량...상쾌하게 빛나다

* 白雉백치...백목련, 櫻花앵화...벚꽃, 逼聞핍문...가까이 냄새 맡다,

* 逼가까이 할 핍, 聞냄새맡을 문, 擧踵거종...발꿈치를 들다,

* 紫丁香자정향...라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