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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開花)

겨울모자 2017. 5. 30. 16:17

겨우내 칙칙하던 실내를

밝게 장식해보려고


꽃 화분을 몇 개

사다 들여놓은 지 일주일.


동그란 작은

봉오리만 맺혔던 것들이


날이 따뜻해지자

일제히 꽃을 피워서

거실이 화사해졌다.


친구가

자기 집 거실에 핀 난초를

선녀라고 시에 썼던데


나도 꼭 그런 마음


사람의 모습도 아닌 것들이

어찌 이리 요염할 수 있을까.


봄이라 꿈이 많은가


헐떡이며 시험 치러 가다가,

자동차가 펑크 나는

그런 허접한 인간사 말고


이 아름다운 꽃들만 나오는

천연색 꿈을 밤마다 꾸었으면...



     開花                                           개화


日暖窓邊草 (일난창변초)      날이 따뜻해지니 창가 화초에

新開五彩花 (신개오채화)      아름다운 오색 꽃 새로 피었네

雨餘鮮氣藹 (우여선기애)      비온 뒤라 신선한 기운 퍼지고

風起暗香加 (풍기암향가)      바람 불어 그윽한 향기 더 하네

指觸綺羅葉 (지촉기라엽)      손으로 비단 같은 잎을 만지며

鼻親紅綠葩 (비친홍록파)      홍록색 꽃잎으로 코 대어보네

爾名吾不識 (이명오불식)      네 이름도 무언지 내 모르건만

妖艶向人誇 (요염향인과)      요염한 모습 내게 뽐내는구나

                                                            (2017. 5. 1)



* 雨餘우여...비 온 후, 鮮氣藹선기애...신선한 기운이 퍼지다,

   藹藹애애...향기 같은 것이 퍼지는 모습,

* 綺羅葉기라엽...비단 같은 이파리, 綺비단 기, 羅비단 라,

* 紅綠葩홍록색 꽃잎, 葩꽃잎 파, 誇뽐낼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