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開花)
겨우내 칙칙하던 실내를
밝게 장식해보려고
꽃 화분을 몇 개
사다 들여놓은 지 일주일.
동그란 작은
봉오리만 맺혔던 것들이
날이 따뜻해지자
일제히 꽃을 피워서
거실이 화사해졌다.
친구가
자기 집 거실에 핀 난초를
선녀라고 시에 썼던데
나도 꼭 그런 마음
사람의 모습도 아닌 것들이
어찌 이리 요염할 수 있을까.
봄이라 꿈이 많은가
헐떡이며 시험 치러 가다가,
자동차가 펑크 나는
그런 허접한 인간사 말고
이 아름다운 꽃들만 나오는
천연색 꿈을 밤마다 꾸었으면...
開花 개화
日暖窓邊草 (일난창변초) 날이 따뜻해지니 창가 화초에
新開五彩花 (신개오채화) 아름다운 오색 꽃 새로 피었네
雨餘鮮氣藹 (우여선기애) 비온 뒤라 신선한 기운 퍼지고
風起暗香加 (풍기암향가) 바람 불어 그윽한 향기 더 하네
指觸綺羅葉 (지촉기라엽) 손으로 비단 같은 잎을 만지며
鼻親紅綠葩 (비친홍록파) 홍록색 꽃잎으로 코 대어보네
爾名吾不識 (이명오불식) 네 이름도 무언지 내 모르건만
妖艶向人誇 (요염향인과) 요염한 모습 내게 뽐내는구나
(2017. 5. 1)
* 雨餘우여...비 온 후, 鮮氣藹선기애...신선한 기운이 퍼지다,
藹藹애애...향기 같은 것이 퍼지는 모습,
* 綺羅葉기라엽...비단 같은 이파리, 綺비단 기, 羅비단 라,
* 紅綠葩홍록색 꽃잎, 葩꽃잎 파, 誇뽐낼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