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麟蹄)
할딱이며 올라간 곰배령,
안개를 두른
점봉산(點鳳山)의 신령스런 모습,
잠시도 그침이 없는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기이한 풀과 꽃,
왕복 10Km의 등반을 어쩌면
어렵지 않게 후딱 해치우고서
전국에 연일 비가 쏟아지는
이 장마철 한가운데
우리는 어쩌면 그리도 교묘하게
비를 피해서 곰배령을 즐기고 왔을까.
이어서 내린천,
벽파(碧波) 여울 가운데 들어가서
견지낚시를 풀고 당기고..
비교적 조용한 구석엔 어항을 놓아두고
따뜻한 모래톱에 대자로 누워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한가하게 들으며
잠 아닌 잠을 즐기던 시간.
별장의 말끔한 식탁에 모여앉아
도란도란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멋진 색소폰 라이브 연주까지...
식탁에 가득한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
안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탄하며 바라보는 하늘에
별과 달은 보일 듯 말 듯
집에 돌아와 글을 쓰면서
마음 속에 든 생각은,
우리가 정말로 장마철
여름날 하루에
이 모든 것을 했단 말인가?
麟蹄 인제
辛苦攀登點鳳山 신고반등점봉산 고생 끝에 더위잡아 점봉산에 오르니
烟峰奇草疑仙寰 연봉기초의선환 안개 낀 산 기이한 풀 신선 세계인가?
凉風自海常來格 양풍자해상래격 바다에서 서늘한 바람 끊임없이 불어와
洗膽初寒洗愁顔 세담초한세수안 간담을 서늘케 하여 근심마저 씻어주네
夏日明光漏薄雲 하일명광루박운 여름 해 밝은 빛이 구름 새로 비치는데
喧灘劈入牽之勤 훤탄벽입견지근 여울 속에 들어서서 견지낚시 열중타가
設筌緩沼雅聲遠 설전완소아성원 완소에 통발 놓고 까마귀 소리 들릴 때
懶臥暖沙村酒醺 나와난사촌주훈 모래 위에 누우니 막걸리 취기 오르네
別邸團欒望夕霞 별저단란망석하 별장에 모여 앉아 저녁노을 바라보며
高才管樂興尤加 고재관악흥우가 훌륭한 관악소리 흥을 더욱 돋구는데
內人德性丁寧善 내인덕성정녕선 안주인의 마음씨가 정말로 아름다워
美酒佳肴滿此家 미주가효만차가 맛난 안주 좋은 술이 상에 가득하구나
(2017. 7. 9)
* 仙寰선환... 신선 세계, 自海자해...바다로부터
* 來格내격...바람이 불어옴, 洗膽初寒세담초한...비로소 담을
서늘하게 씻어주다, 初비로소 초, 喧灘훤탄...소리 요란한 여울,
* 劈入벽입...(물을)가르고 들어가다,
* 牽之勤견지근...열심히 견지낚시를 하다, 牽之견지...견지낚시(대)
* 設筌설전...통발을 놓다, 筌통발 전, 緩沼완소...흐름이 느린 곳(물)
* 雅聲아성...떼까마귀 소리,
* 懶臥暖沙나와난사...싫증나 따뜻한 모래에 눕다, 懶게으를 라,
* 醺술 기운 오를 훈, 別邸별저...별장, 團欒단란...친밀하게 한 곳에
모여 즐김, 內人내인...안주인, 丁寧정녕...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