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해운대 (海雲臺)

겨울모자 2017. 7. 28. 15:47

3년 만에 다시 찾은 해운대,


폭염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장장 이십리 광안대교 아래로

유람선이 떠간다.


청년시절 이곳에 왔을 땐

넓은 해안을 가진

보통의 해수욕장이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모양의

마천루들이 숲을 이루어


그 멋진 스카이라인과 찬란한 조명이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늘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콤팩트하게 만들어

이곳에 옮겨다 놓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옛 모습이 그리워

아침 일찍 혼자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뒤지다 돌아왔다.


동백섬의 해안 바위에 새겨진

최치원 선생의 ‘해운대’ 석각을 돌아보고


유유히 저녁 바닷길을 소요하자니

여기저기 예능꾼들이 사람들을 모은다.


연주, 노래, 인형극...


수많은 사람들이 지고 온

수많은 시름들이 모두

하늘로 빠져 날아오른다.



     海雲臺                            해운대



海波洗暑千人浸        더위 씻는 많은 이들 바닷물에 몸 담그고

卄里長橋滿客帆        이십 리 긴 다리 아래 유람선이 지나가네    

散步携兒霞染路        노을에 물든 길을 아이 손잡고 거닐자니        

才人鼓吹置錢函        재주꾼들 돈 통 놓고 음악을 연주하네


遙看五六烟波島        저 멀리 안개 속에 오륙도가 보이고

絶壁靑松吐故香        절벽 위 소나무는 옛 향기를 내뿜는데

此立孤雲曾望海        고운 선생 일찍이 이 바다를 바라보고   

無何有夢理想鄕        구속에서 벗어난 이상향을 꿈꾸셨나

                              

靑年吾等訪玆所        청년시절 우리들이 이곳에 왔을 때는

街巷尋常遊樂園        안팎 거리 예사로운 유원지였었는데     

櫛比高樓今夜景        지금은 즐비한 고층 빌딩 숲이 되어     

霓虹明滅別乾坤        네온사인 명멸하는 별천지를 이루었네



* 卄里長橋입리장교... 이십리 길이의 긴 다리, 卄이십 입,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길이는 7,420m이다.

* 鼓吹고취... 북 치고 나팔 불다, 鼓북 (칠)고, 吹불 취,

* 置錢函치전함... 돈 통을 놓다, 置놓을 치, 둘 치,

   錢函전함...돈 상자


* 孤雲고운...최치원선생,

* 無何有무하유...온갖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난 세계(莊子),

         최치원 선생은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정치에 뛰어들었

         으나, 당시의 세태에 실망하여 관직을 버리고 방랑하

         다가 가야산에서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 霓虹예홍...네온사인, 別乾坤별건곤...별세계, 별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