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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 (閑暇)

겨울모자 2017. 9. 7. 13:55

                          

여름 아침,


제주도

그리고 화요일이다.


화요일인데

이래도 되나?


휴간데 뭐...

미소 지으며 돌아눕는다.


새소리와 함께 날이 밝더니

아침이 대낮처럼 환하다.


울타리 따라

소떼들이 풀을 뜯고


무성한 대숲에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아내는 어서 나가자고

거울 보며 얼굴을 매만지는데


나는 베개에 푹 파묻혀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아니면 그저

하루 종일 이렇게 누워서

창밖만 바라볼까?


다 좋다.



       閑暇                            한가



夏眠早覺鳥吟長      여름 잠 일찍 깨어 새소리 이어지니 

頮漱勤妻對鏡粧      아내는 부지런히 세수하고 화장할 새         

吾愛枕頭慵不起      베갯머리 편안하여 일어나기 싫어서         

臥聞翕目竹吹香      눈 감고 누운 채로 대숲 향내 맡는다


                                                      (2017. 8. 29)



* 頮漱회수...세수하고 양치질하다, 頮세수할 회, 漱양치질할 수,

* 慵不起용불기...귀찮아서 일어나지 않다, 慵게으를 용,

* 臥聞와문...누워서 냄새 맡다. 聞들을 문, 냄새 맡을 문,

* 翕目흡목...눈을 감다, 翕합할 흡, 모을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