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7. 12. 26. 17:03

‘은화(銀貨)’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상(李 箱)의 <날개>에 나오는

‘정신(精神)은 은화처럼 맑다’이다.


중학교 때 읽은 이 구절은

늘 나의 뇌리에 남아


‘은화’는 나에게

맑은 정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념주화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은화를 신청해서 모으곤 했다.


이번에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은화를 받았다.


흰 광채가 자르르 흐르는

은화를 손에 들고 만져보니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으로

정말 정신마저 맑아지는 듯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序詩)를 처음 접하며


어린 마음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차가운 은화를

보물처럼 손으로 꼭 쥐어보며


안타깝고도 아까운

시인의 감성(感性)을 다시 그리워한다.



      尹東柱銀貨            윤동주 은화


      團團白彩彬       동그란 네 모습에 흰 광채 빛나

      若見夜氷輪       밤하늘에 떠 있는 달과 같구나

      珍惜掌中撫       어여뻐 손에 쥐고 쓰다듬자니

      心淸無一塵       내 마음이 밝아져 티끌도 없네


      詩人誕百年       윤동주 시인의 탄생 백주년

      記鑄此銀錢       기념하여 이 은화 만들었다네

      又百誰拈指       또 백년 지나 누가 손에 쥔다면

      澄淸氣自傳       이 맑은 기운 절로 전해지겠지



   * 團團단단...동그란 모습, 團둥글 단, 白彩백채...흰 광채

     彬빛날 빈, 若見약견...보는 듯하다,

     氷輪빙륜...얼음바퀴, 달의 별칭,

     珍惜진석...진귀하게 여겨 아낌, 珍보배 진, 惜아낄 석,

     掌中撫장중무...손바닥에 놓고 어루만지다, 掌손바닥 장,

     撫어루만질 무,

     

     記鑄기주...기념하여 주조하다, 鑄쇠부어 만들 주, 주조하다.

     又百우백...또 다시 백년 후, 又또 우,

     誰拈指수념지...누가 손으로 쥐다, 誰누구 수, 拈집을 념, 指손가락 지,

     澄淸징청... 맑고 깨끗하다, 氣自傳기자전...기운이 절로 전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