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江華)
한강의 맑은 바람을 가르며
강화도의 고향집에 갈 때
나도 몰래
아이처럼 콧노래 부르며
원범이가 양순이에게 외치던
천둥마루를 넘으면
강화산성이 가까이 다가오고
이제 곧 내 고향집,
앞에는 진강(鎭江)이 구비 흐르고
혈구(穴口)가 진을 친 뒷 산,
울네기 별서(別墅),
철망문 열고 들어가
대뜸 갈퀴부터 들고
잔디 위 낙엽을 긁어모은다.
아늑한 글방을 둘러보면
언제나처럼 아련한 책 냄새,
이 책 저 책
쓰다듬으며 펼쳐보다가
어느새 땅거미 내리는
창에 기대어 보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단풍은 하루하루 찬란해진다.
맑은 공기 한참 마시고
꿈을 잘 꾸어
내일은 징검다리에 나가
큰 고기 낚아야지.
(海雲 이진환)
江華別墅 강화별서
小屋江華墅 소옥강화서 강화도의 작은 집 나의 별서에
誰吹草笛腔 수취초적강 누군가 불어주는 풀피리 소리
後巒成穴口 후만성혈구 뒷산에는 혈구가 이루어졌고
前野曲鎭江 전야곡진강 앞들에는 진강이 구비 흐르네
素月侵書架 소월침서가 흰 달빛이 서가에 물들어 오면
金星照酒缸 금성조주항 저녁별 술항아리 비추는도다
聞蟲催臥枕 문충최와침 벌레소리 들으며 잠 재촉하고
明日釣魚矼 명일조어강 내일은 징검다리 낚시나 할까
* 墅농막 서, 別墅별서...작은 별장, 草笛腔초적강...풀피리 가락,
腔강...몸 속의 빈 공간, (노래, 연주)가락, 巒산 만,
金星금성...저녁별, 개밥바라기, 照酒缸조주항...술항아리
를 비추다, 缸항아리 항, 催臥枕최와침...잠들기 재촉하다.
催재촉할 최, 臥누울 와, 枕베개 침, 釣魚矼조어강...징검
다리에서 낚시를 하다. 矼징검다리 강.
* 울네기...동네 이름, 예전에 큰 부자가 있어 도둑들이 잘
들어 울타리를 네 길이나 높게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된
동네 이름.
* 원범이와 양순이...강화도령과 그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