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8. 10. 29. 15:05

한강의 맑은 바람을 가르며

강화도의 고향집에 갈 때


나도 몰래

아이처럼 콧노래 부르며


원범이가 양순이에게 외치던

천둥마루를 넘으면


강화산성이 가까이 다가오고

이제 곧 내 고향집,


앞에는 진강(鎭江)이 구비 흐르고

혈구(穴口)가 진을 친 뒷 산,


울네기 별서(別墅),

철망문 열고 들어가


대뜸 갈퀴부터 들고

잔디 위 낙엽을 긁어모은다.


아늑한 글방을 둘러보면

언제나처럼 아련한 책 냄새,


이 책 저 책

쓰다듬으며 펼쳐보다가


어느새 땅거미 내리는

창에 기대어 보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단풍은 하루하루 찬란해진다.


맑은 공기 한참 마시고

꿈을 잘 꾸어


내일은 징검다리에 나가

큰 고기 낚아야지.

                    (海雲 이진환)



  江華別墅                            강화별서


小屋江華墅   소옥강화서     강화도의 작은 집 나의 별서에

誰吹草笛腔   수취초적강     누군가 불어주는 풀피리 소리

後巒成穴口   후만성혈구     뒷산에는 혈구가 이루어졌고

前野曲鎭江   전야곡진강     앞들에는 진강이 구비 흐르네

素月侵書架   소월침서가     흰 달빛이 서가에 물들어 오면

金星照酒缸   금성조주항     저녁별 술항아리 비추는도다

聞蟲催臥枕   문충최와침     벌레소리 들으며 잠 재촉하고

明日釣魚矼   명일조어강     내일은 징검다리 낚시나 할까


* 墅농막 서, 別墅별서...작은 별장, 草笛腔초적강...풀피리 가락,

  腔강...몸 속의 빈 공간, (노래, 연주)가락, 巒산 만, 

  金星금성...저녁별, 개밥바라기, 照酒缸조주항...술항아리

  를 비추다, 缸항아리 항, 催臥枕최와침...잠들기 재촉하다.

  催재촉할 최, 누울 와, 枕베개 침, 釣魚矼조어강...징검

  다리에서 낚시를 하다. 矼징검다리 강.


울네기...동네 이름, 예전에 큰 부자가 있어 도둑들이 잘 

  들어 울타리를 네 길이나 높게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된 

  동네 이름.

원범이와 양순이...강화도령과 그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