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肖像畵)
이규보 선생의 묘소에
찾아가 술 한 잔 올리고
그 송덕시를 읊던
나를 사진으로 찍어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며
벗이 시 한 수를 보내왔다.
江華聚在白雲碑 강화취재백운비
子誦奎星戀慕詩 자송규성연모시
才薄僅描其肖像 재박근묘기초상
負望看畵或投疑 부망간화혹투의
강화도의 백운거사 묘비 앞에 모여서
그대가 이규보공 연모시를 읊었었지
부족한 내 재주로 그 모습을 그렸으니
그대 보고 실망하여 내버릴까 걱정이오
* 聚모일 취, 白雲碑백운비...백운거사 묘비
子그대 자, 誦읊을 송,
奎星규성,,,문운(文運)을 관장하는 별, 이규보 선생.
負저버릴 부, 投내던질 투, 疑의심할 의, 걱정하다.
늘 부러워하던 그림,
나의 모습을 그리신다니!
고맙고도 고마운 마음에
벗이 쓰신 운자(韻字)
비(碑)-시(詩)-의(疑)자를
화운(和韻)하여 화답시를 써 보냈다.
白雲墳墓聚於碑 백운분묘취어비
俱誦先生頌德詩 구송선생송덕시
君寫當時吾肖像 군사당시오초상
老垂面貌或嫌疑 노수면모혹혐의
백운거사 선생 묘 비석 앞에서
그 분의 송덕시를 함께 읊을 때
그대가 그린 그림 그 때 내 모습
늙은 얼굴 추할까봐 걱정이로세
* 俱함께 구, 老垂노수...늘그막에, 嫌싫어할 혐.
며칠 뒤에
완성된 그림이 도착하였는데
그림을 손에 들자마자
커지는 나의 눈,
벌어지는 나의 입,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셨는가!
옷의 주름은 물론이고
눈빛마저 살아있는 듯.
천부적인 면도 있지만
학창시절부터 닦아온 그 재주,
벗의 손끝을 빌려
다시 태어난 나의 모습.
사람을 이리도 기쁘게 하는
그 마음씨에 감동하여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보면서
감사시(感謝詩)를 지어 보낸다.
君描吾畵對看驚 군묘오화대간경
奚啻衣皴眼采生 해시의준안채생
天賦逸才何妙絶 천부일재하묘절
自今掛壁愛於嬰 자금괘벽애어영
그대가 나를 그린 그림 보고 놀란 마음
옷 주름은 물론이고 눈빛까지 살아있네.
천부적인 그대 재주 어찌 이리 절묘한가
이제부터 벽에 걸고 아기보다 더 사랑하리
* 驚놀랄 경, 奚啻해시....뿐만 아니라, 奚어찌 해, 啻뿐 시,
衣皴의준...옷의 주름, 皴주름 준, 眼采안채=眼光안광=눈빛,
逸才일재, 뛰어난 재주, 또는 그 사람, 自今자금...이제부터,
掛壁괘벽...벽에 걸다, 掛걸 괘,
愛於嬰애어영...갓난아기보다 더 사랑하다. 於어...~보다
嬰갓난아기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