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초상화 (肖像畵)

겨울모자 2018. 11. 24. 11:28

이규보 선생의 묘소에

찾아가 술 한 잔 올리고


그 송덕시를 읊던

나를 사진으로 찍어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며

벗이 시 한 수를 보내왔다.


江華聚在白雲碑  강화취재백운비

子誦奎星戀慕詩  자송규성연모시

才薄僅描其肖像  재박근묘기초상

負望看畵或投疑  부망간화혹투의


강화도의 백운거사 묘비 앞에 모여서

그대가 이규보공 연모시를 읊었었지

부족한 내 재주로 그 모습을 그렸으니

그대 보고 실망하여 내버릴까 걱정이오


* 聚모일 취, 白雲碑백운비...백운거사 묘비

子그대 자, 誦읊을 송,

奎星규성,,,문운(文運)을 관장하는 별, 이규보 선생.

負저버릴 부, 投내던질 투, 疑의심할 의, 걱정하다.



늘 부러워하던 그림,

나의 모습을 그리신다니!


고맙고도 고마운 마음에

벗이 쓰신 운자(韻字)


()-시(詩)-의(疑)자를

화운(和韻)하여 화답시를 써 보냈다.



白雲墳墓聚於碑   백운분묘취어비

俱誦先生頌德詩   구송선생송덕시

君寫當時吾肖像   군사당시오초상

老垂面貌或嫌疑   노수면모혹혐의


백운거사 선생 묘 비석 앞에서

그 분의 송덕시를 함께 읊을 때

그대가 그린 그림 그 때 내 모습

늙은 얼굴 추할까봐 걱정이로세


* 俱함께 구, 老垂노수...늘그막에, 嫌싫어할 혐.



며칠 뒤에

완성된 그림이 도착하였는데


그림을 손에 들자마자

커지는 나의 눈,

벌어지는 나의 입,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셨는가!


옷의 주름은 물론이고

눈빛마저 살아있는 듯.


천부적인 면도 있지만

학창시절부터 닦아온 그 재주,


벗의 손끝을 빌려

다시 태어난 나의 모습.


사람을 이리도 기쁘게 하는

그 마음씨에 감동하여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보면서

감사시(感謝詩)를 지어 보낸다.



君描吾畵對看驚   군묘오화대간경

奚啻衣皴眼采生   해시의준안채생

天賦逸才何妙絶   천부일재하묘절

自今掛壁愛於嬰   자금괘벽애어영


그대가 나를 그린 그림 보고 놀란 마음

옷 주름은 물론이고 눈빛까지 살아있네.

천부적인 그대 재주 어찌 이리 절묘한가

이제부터 벽에 걸고 아기보다 더 사랑하리


* 驚놀랄 경, 奚啻해시....뿐만 아니라, 奚어찌 해, 啻뿐 시,

  衣皴의준...옷의 주름, 皴주름 준, 眼采안채=眼光안광=눈빛,

  逸才일재, 뛰어난 재주, 또는 그 사람, 自今자금...이제부터,

  掛壁괘벽...벽에 걸다, 掛걸 괘,

  愛於嬰애어영...갓난아기보다 더 사랑하다. 於어...~보다

  嬰갓난아기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