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19. 11. 12. 13:12

   우리 시회의 멤버는 모두 6명이다. 아호(雅號)로 쓰자면 금재(琴齋), 두하(斗河),

덕인(德仁), 해운(海雲), 노강(老罡), 회인(懷仁)이 우리들의 이름이다. 2년 가까운

기간에 벌써 7차 모임을 가져, 때마다 발간한 시회집(詩会集)을 쌓으면 그 두께가

두툼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만하게 되었다.

 

 

   카톡방을 만들어 대화하며 일상의 글과 사진을 나누고 있는데, 얼마 전에 두하

(斗河)는 일본의 쿠마노 고도(熊野古道)를 다녀와서, 그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나무

와 돌에 채색화로 그려서 올렸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쿠마노 고

도의 여행 르뽀만으로도 눈길을 끄는데, 아크릴 채색화로 손수 그린 그림이 카톡방

에 올라올 땐 감탄이 연방 나왔다. 사진 못지않게 정교하고 멋진 묘사에, 사진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그 품위!

 

 

 

 

 

 

 

  두하(斗河)는 연이어, 손자와 둘이 경주(慶州)로 내려가 야간 조명이 신비스러운

첨성대 앞에 손자를 세워놓은 그림을 실물보다도 더 멋진 그림으로 그려서 올렸다.

크억~ 감탄을 끝낼 겨를도 없이, 평소엔 수채화의 정수(精粹)를 유감없이 보여주던

금재(琴齋)가 이번엔 방금 찍어낸 판화(版畵) 시리즈로 카톡방의 화면을 장식한다!

 

 

  눈 오는 저녁의 세레나데, 멀리 터널 출구가 보이는 레일바이크 라이딩, 호수에

잠긴 여인, 판각(板刻)을 하여 검은 색과 흰 색만을 대비시킨 판화에 어쩌면 저런

사랑의 정감과 또한 부드러운 물의 감촉을 만들어내셨나!

 

 

 

 

 

 

 

 

 

  본업의 일을 하면서, 아무리 짬을 내서 배웠다지만, 타고난 천품(天禀)이 없으면

배움만으론 이렇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이 두 사람은 저명한 개업 의사로서 지금도 활약 중인데, 錦上添花라고나 할까,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려온 세컨 잡(second job) 화가(畵家)이기도 하니, 글을 쓰

고 시를 써서 그것을 손수 그림과 함께 올리는 그 재주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조물주께서 불공평 하신 것인가? 저절로 마음속에 이런 물음이 떠오르지만, 여가

를 귀하게 여겨 그림을 배우고 갈고 닦은 그 부지런함과 열정에 감탄하며, 또한 삶

을 뜨겁게 사랑하는 벗의 모습에 감탄할 뿐이다.

 

 

         羨望                선망                         

 

    

   琴斗描能固絕倫    금두묘능고절륜     

   話堂日日畵香新    화당일일화향신     

   如何造物無公道    여하조물무공도     

   唯賜天才此兩人    유사천재차양인     

 

        부러움

 

금재와 두하의 그림 재주가 기가 막혀

대화방은 매일매일 그림 향기 새롭네

어인 일로 조물주께선 불공평도 하시어

타고난 재주를 이 두 사람에게만 주셨나!

 

* 固...참으로, 정말로, 話堂...대화하는 방, 唯...오직 유, 賜...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