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甘藷)
지난 가을의 이야기이다.
상강(霜降)전에
집으로 배달된 고구마 상자.
정년 퇴임 후 고향인 강화도에서
유유자적 텃밭을 가꾸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벗이 보낸 것이다.
상자를 열어 보니
먹음직스러운 싱싱한 고구마가
향그런 시골 냄새를
집안 가득 채워준다.
10 Kg 들이 상자를
열댓명에게 보냈다니
그 수고로움이 크기도 하지만
봄부터 내내
비 바람 햇빛 속에 땀 흘리며
이제 서리를 피해 수확한 것을
이렇게 집에서 앉아서 받기가
황송스러울 정도다.
동시에 받은 벗 K도 그 감사함을
시로 써서 내게도 보내왔다.
江華黃甘藷
昨晩親朋饋一箱 작만친붕궤일상
躬耕甘藷在村莊 궁경감저재촌장
薰薰內肉田園馥 훈훈내육전원복
感泣人情豈答償 감읍인정기답상
강화도 노랑고구마
엊저녁에 친한 벗이 상자를 보내왔는데
그가 손수 별장에 심어 가꾼 고구마일세
모락모락 김나는 속살에서 전원향을 맡으니
그 인정에 감읍하여 어찌 보답을 해야하나
* 饋음식 보낼 궤, 箱상자 상, 躬몸 궁, 손수 궁,
馥향기 복, 豈어찌 기, 償갚을 상.
늘상 볼 수 있는 고구마이지만
벗이 직접 심고 가꾸어 수확한 것이니
과연 그 맛에 감읍(感泣)한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나 또한 당장 시상(詩想)이 떠올라
다음과 같이 지어서
강화의 벗과 K에게 보내
그 고마움의 일단이나마 표현해 본다.
수도 없이 발자국을 찍으며
고구마 밭으로 나가
보살폈을 그의 노고(勞苦)에 감사하며…
江華黃甘藷 강화황감저
甘藷春田細雨栽 감저춘전세우재
夏陽秋露友親培 하양추로우친배
饋箱謹啓嘗休忘 궤상근계상휴망
農者跫音手苦魁 농자공음수고괴
강화도 노랑고구마
봄비 맞으며 두둑밭에 고구마를 심고서
여름 볕 가을 이슬속에 벗이 손수 키웠네
삼가 상자를 열어서 맛볼 때 잊지말 것은
키운 공로의 으뜸은 친구의 발자국 소리
* 甘藷감저...고구마, 栽심을 재, 培북돋을 배, 키울 배,
饋(음식)보낼 궤, 啓열 계, 嘗맛볼 상, 跫발자국 소리 공,
魁으뜸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