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칠보시 (七步詩)

겨울모자 2021. 11. 16. 17:23

  금년 50세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국인 일런 머스크는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Teslar)CEO이자, 화성(Mars)의로의

이주 개발을 위한 회사인 스페이스 X’를 운영하면서, 한편으로는

장거리 급속 이동수단인 하이퍼큐브도 개발하고 있는 유명 기업

인이다.

 

  중공(中共)에도 전기차(電氣車)인 테슬라를 팔고 있는 그가 며칠

전 트윗터에 조식(曹植)의 칠보시(七步詩)를 올려 놓았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콩을 삶는데 콩줄기를 태워 삶으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콩은 솥 안에서 뜨거워 울고 있구나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본래 한 뿌리에서 생겨나 자랐건만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왜 이다지도 급하게 삶아대는가

 

  이 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알려져 있다. 지금부터 약 2000

전에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曹丕)가 위왕(魏王)이 된 후, 동생 조식

(曹植)을 시기하여 그를 죽이려고 불러들였다. 자기 앞에서 벌벌 떠는

동생에게 조비는 어려운 문제를 냈다. ‘너와 나는 형제다, 일곱 발자국

을 걷는 동안에 너와 나에 대한 詩를 짓되 ()자나 제()자를 넣으

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조식은 눈물을 흘리며 위와 같은 소위 칠보시를 즉석에서 지었고,

이를 가상히 여긴 조비는 동생을 살려주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는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재료학과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중퇴하고

실리콘 밸리로 이주한 후 IT 벤처 기업으로 시작해서 오늘날의 유명

인사이자 거부 기업인이 된 사람으로서, 의외로 평소 중국문화와 한

(漢詩)에 대한 식견(識見)도 꽤나 있었나보다.

 

  그는 왜 갑자기 아무 설명도 없이 단지 Humankind(인류)라는 제목

만 하나 붙여서 이 시()를 트윗터에 올렸을까? 여러 가지로 해석이

분분하지만, 근래 중공내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에 대한 규제로 압박

을 느껴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또한 중공의 대만 침노에 대한 비판이

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중공은 구조적으로 빈민(貧民)이 수억 명에 달하고, 분양이

안되어 비어있는 아파트가 1억 채에 가깝다고 하며, 더구나 자연재해

와 기후 이변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식이니질곡(桎梏)에 빠져 고통

을 겪고 있을 그 나라의 Humankind 를 생각하며, 조식(曹植)의 칠보

시에 화운하여 한 수 지어 올린다.

 

    災害處處生  재해처처생   자연 재해는 나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百姓兢兢泣  백성긍긍읍   백성들은 어찌할 바 모르고 눈물 흘리네  

    危國目前來  위국목전래   나라 위태로워짐 눈 앞에 다가 왔는데

    慾盲徒眄急  욕맹도면급   욕심에 눈멀어 헛된 한눈팔기에 급급하네

 

    * 兢兢긍긍전전긍긍의 줄인 말, 두려워 볼볼 떨며 조심함, 泣울 읍,

      慾盲욕맹욕심으로 눈 멀어,  徒도헛되이, 부질없이,

      眄곁눈질할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