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22. 5. 11. 15:12

어제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여니

물행주로 한 번 말끔히 씻은 듯

 

길과 나무가 촉촉하고

먼 산과 하늘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 이 맑은 공기

 

마음놓고 심호흡을 해보는

이 소박한 기쁨!

 

그러고보니

 

간밤 잠결에 또옥 또옥..

창밖에 떨어지던

빗소리를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집 뒤의 양재천에 나갔더니

 

장난꾸러기 봄바람이

날 보고는 홱 돌아서 달려가며

 

물 위에 주름을 잡아놓고는

헤헷 웃고 서 있고

 

구름은 연신 흘러가며

물 위에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린다.

 

목련, 산수유, 개나리, 벚꽃,

모란, 라일락도 이제 다 떨어지고

 

봄바람 저 친구도 이제 가면

내가 또 한 해 건강하게 지내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풀냄새를 맡으며

집에 돌아와 앉으니

창밖에서 까악까악 소리가 난다.

 

오늘은 이따 저녁에

망원경 찾아들고

토박이 까마귀 얼굴이나 보러 나가야겠다.

 

   暮春                       모춘

 

昨夜簷頭滴雨聲    작야첨두적우성

落花綠樹更分明    낙화녹수갱분명

東風皺水飜雲影    동풍추수번운영

傾耳南窓鳥雀鳴     경이남창조작명

 

               늦봄

 

간밤에 처마 밑에 빗소리 똑똑똑 들리더니

꽃 떨군 나무들은 이파리  녹색 더 또렷해

춘풍이 잔 물결 일구며 구름 그림 그릴 때

남쪽 창가로 귀 기울여 새 우는 소릴 듣네

                           (2022. 4. 30)

 

 暮저물 모, 皺주름 추, 주름잡을 추

   飜뒤집을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