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운 (夏雲)
春水滿四澤 언 땅 녹은 봄 물이 못마다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여름 구름 기이한 봉우리 많이 만드네
秋月揚明輝 가을 달은 밝은 광채 드높이 비추고
冬嶺秀孤松 겨울 영마루 소나무 한 그루 빼어나네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365~427)의 5언 절구(絶句) <사시(四時)>이다.
음미하며 읽으면
마치 달력의 그림을 넘기듯이
춘하추동의 모습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 시를 위아래로 읽으면
春-夏-秋-冬 (봄-여름-가을-겨울)
水-雲-月-嶺 (물-구름-달-고개 ; 자연물, 명사)
滿-多-揚-秀 (가득-많은-높은-빼어난 ; 형용사)
四-奇-明-孤 (넷-기이한-밝은-외로운 ; 관형어)
澤-峰-輝-松 (못-봉우리-빛-소나무 ; 자연물, 명사)
이와 같이 읽혀
원시(原詩)의 네 구(句)가
동시에 대구(對句)를 이루는 멋진 조합이 보인다.
시는 우선 그 의미를 느끼며 읽어야 하지만
구조(構造)상으로도
산뜻한 완성미를 주는 멋진 작품이다.
이 시(詩)의 제2구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은
너무나도 유명하여 그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고려의 시인 정지상(鄭知常)은
<夏雲多奇峰>을 제목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율시(律詩=8句로 된 詩)를 지었다.
白日當天中 백일당천중
浮雲自作峰 부운자작봉
僧看疑有刹 승간의유찰
鶴見恨無松 학견한무송
電影樵童斧 전영초동부
雷聲隱寺鍾 뇌성은사종
誰云山不動 수운산부동
飛去夕陽風 비거석양풍
밝은 태양은 하늘 가운데 떠있고
뜬 구름은 스스로 봉우리를 이루니
중은 그 속에 절이 있나 의아해하고
학은 깃들 소나무가 없어 한탄하네
번개는 나뭇꾼 도끼처럼 내리치고
우르릉 뇌성은 숨은 절의 종소리 같네
누가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나
석양바람에 구름 산 다 날아가버리네
여름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은 산을 이루니
그 안 어딘가엔 절도 숨어 있을 듯하고
학이 깃들만한 먼진 소나무인들 왜 없겠는가.
구름이 짙어지면
번갯불과 뇌성이 우르릉 번쩍 울리다가도
저녁 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산은 다 날아가 없어지고는
다시 맑은 하늘을 보이는
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라니.
장마가 길어진 이번 여름도
구름산과 푸른 하늘이
번갈아 나타나는 요란한 날씨를 보인다.
아내와 손자만을 데리고
셋이 떠나온 여름 휴가 여행..
늦게까지 까르르 웃어대며
놀던 손자가 늦잠을 자는
아침 7시경이 나홀로
조용히 제일 평화로운 시간
오늘은 잠깨어
침대에 한가로이 엎드린 채
저녁과 달리
고요한 리조트의 아침향기를 즐기며
넓은 창가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는데..
구름 모습이
꼭 귀여운 아이의 웃는 옆 모습이라
하염없이 바라보며 있으려니
서서히 그 모습이 변하면서
어이없게도 꼭 늙은 노파의 성난 얼굴이라!
하릴없이 별 걸 다 한탄하다가
이 나라 돌아가는 꼴에 생각이 닿아
밀린 걱정들이 떠오른다.
휴가중에도 구름을 보면서
딴 생각이 떠오르니 이것참.
夏雲
風伯猛吹炎帝釋 풍백맹취염제석
孩顔變化怒婆顔 해안변화노파안
作陰灑雨何焚蕩 작음쇄우하분탕
本色靑天每次還 본색청천매차환
여름 구름
바람 신(神)은 불어대고 여름 신(神)은 녹여대니
아이 얼굴이 순식간에 성난 노파 얼굴로 바뀌네
아무리 하늘을 가리고 비 뿌리며 분탕질해도
저 하늘 푸른 본색은 변함없이 돌아온다네
* 風伯풍백..바람의 신, 吹불 취,
炎帝염제..여름(더위)의 신,
釋녹일 석, 孩아이 해, 顔낯 안, 怒성낼 노,
婆할머니 파, 作지을 작, 陰그늘 음, 흐릴 음,
灑뿌릴 쇄, 焚蕩분탕..야단스럽게 굴거나 소동을 일으킴,
每次매차..때마다, 還돌아올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