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白鷺)
요즘 우리나라의 환경도
많이 깨끗해졌는지
집 근처의 하천이나
시골의 논과 강에서도
쉽게 백로(白鷺)를 볼 수가 있다.
백로는 한시(漢詩)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새중의 하나이다.
커서 눈에도 잘 띨 뿐 아니라
희고 단아한 모습이
마치 지조가 있는 고고한
선비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물가에 점잖게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백로를
고려의 문호 이규보(李奎報)는
心猶在灘魚 심유재탄어
人道忘機立 인도망기립
마음은 물속의 고기에만 가 있는데
우리가 아무 욕심없이 서 있다고들 말하네
라고 詩를 써서
고고한 자태로 보이지만
실은 물고기를 먹으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하여
욕심을 감추고
고고한 척하는 인사들을 비꼬았다.
백로는 늦은 봄에 우리나라에 와서
여름을 지내며 번식을 하고
가을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곤 하는 철새였는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없는(?) 백로도 자주 보인다고 한다.
부지런한 벗이 주말에
양평의 계곡에 나가서,
얼어붙은 계곡에서 용케도 물고기를
물고 있는 백로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얼음 위를 살금살금 걷는
그 발이 얼마나 시릴까 하는 차에
휘익 도약하며 날아올라
사라지는 귀한 겨울 손님의 영상을 보고
절구(絶句)를 한 수(首)지어 올린다.
冬谷 동곡
溪流凍合谷無人 계류동합곡무인
白鷺能銜一細鱗 백로능함일세린
足冷踏氷山影瘦 족냉답빙산영수
躍飛嵐靄隱孤身 약비남애은고신
겨울 계곡
시냇물은 얼어붙고 사람 없는 계곡에
백로 하나 용케도 물고기를 물었구나
얼음 디뎌 발 시리고 산그림자 수척하니
훌쩍 날라 안개속으로 외론 몸을 감추네
* 凍合동합...물이 얼어붙다. 銜(입에) 물 함.
細鱗세린...작은 물고기, 瘦여월 수,
嵐靄남애...산이나 숲에 어리는 흐릿한 기운, 안개
隱숨을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