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춘수2 (春愁2)

겨울모자 2023. 4. 9. 18:13

청명 한식에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출근 길,

화려한 봄꽃 잔치는 하룻새에 끝났다.

 

앵행도리(櫻杏桃李)는 자취도 없고

라일락만 남아서 향을 뿌린다.

 

중국 변검(變睑) 마술사처럼

거리의 가로수들은 온통

연초록색 얼굴로 갑자기 바뀌었다.

 

꽃잔치에 이어지는 연초록의 향연.

향긋한 바람마저 초록물이 들것네

 

그리고 머잖아 이 언주로 거리도

이팝나무 꽃으로 하얗게 덮힐 것이다.

 

따라서 나의 출근 길 한 달도

다시 화사해질 것이고.

 

그러나 그런 마음 한 구석에

스물스물 무언가 웅크린 것이있다.

 

예전엔 몰랐다,

화창한 봄을 그린 옛 시()

왜 적잖은 이들이 수심(愁心)’을 운운했는지.

 

소화(韶和)에 이어지는 까닭없는 수심?

까닭없는 일이 어디있겠나,

 

그걸 말하면

나이먹은 티를 낸다고 하기 십상이니

 

말 않고 속으로만

그냥 꾸욱 눌러 놓는 게 상책.

 

따라서 오늘은 나도 시를 짓지 말고

 

남송(南宋) 시인 신기질(辛棄疾)

()를 한 수 감상해 보는 것으로 하자.

 

少年不識愁滋味  어렸을 적엔 근심이 무언 줄 모르고

愛上層樓             누각에 오르길 좋아했네

愛上層樓             누각에 즐겨 오르면서

爲賦新詞强說愁  새 시를 짓기 위해 억지로 근심한 척 했다네

 

而今識盡愁滋味  지금은 근심이 무언지 다 알아서

欲說還休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네

欲說還休             말하려다 그만두고

却道天凉好個秋  날씨가 선선해 좋은 가을이라고 말할 뿐이네

 

* 愁근심 수, 수심 수,  識알 식,  滋味자미, 또는 좋은 맛.

  上오를 상,  賦시 지을 부,  强억지로 강,

  今이금지금,  欲욕… ~하려고 하다.  還오히려 환, 休말 휴,

  却도리어 각,  道말 할 도,     (2023.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