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土豆, 토두)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감자~ 하면 떠오르는 시(詩).
올 여름 더위 속에 나도
큼직한 감자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열자
훅 끼치는 시골 흙 냄새…
엷은 흙빛 얇은 껍질 안으로
하얀 속살이 비친다.
당장 입속에 침이 돌아
짜장 부끄럽기도 하지만
동글동글 탐스럽게
잘도 생긴 감자들을 키워낸
강원도의 흙을 떠올리며,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
묵묵히 우주의 에너지를
농축시킨 자연(自然)의 힘을 느낀다.
젊어서부터 감자를
‘신의 선물’이라 하며 좋아한 나이기에
아내에게 부탁해
찌고, 굽고 또 볶아달라고 하여
맛보며 이 여름을 보낼 일이 즐겁다.
내가 한 일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상(賞) 받을 일이 무엇이 있다고...
그 부드럽고도 단단한 알들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보내주신 미인(美人)께
감사(感謝)의 절(拜)을 올린다.
土豆 토두
一箱土豆送呈誰 일상토두송정수
地氣如如手撫時 지기여여수무시
珍味炊蒸言不必 진미취증언불필
誠心感佩拜纖眉 성심감패배섬미
감자
한 상자 가득한 감자를 그 누가 보내주셨나
쓰다듬으니 아직도 느껴지는 흙기운이여
솥에 쪄내니 그 좋은 맛 무슨말이 필요한가
정성된 마음에 감동하여 보내신 미인께 절하네
* 土豆토두…감자,
送呈송정…귀한 분에게 편지나 물품을 보내다.
誰누구 수, 地氣지기…땅기운(만물을 키우는 자연의 힘)
如如여여…변하지 않는 모양, 撫쓰다듬을 撫,
炊蒸취증…찌다, 感佩감패…대단히 고맙게 여김,
纖眉섬미…고운 눈썹, 미인(美人)을 지칭.
(202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