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감자 (土豆, 토두)

겨울모자 2023. 7. 15. 13:12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감자~ 하면 떠오르는 시().

 

올 여름 더위 속에 나도

큼직한 감자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열자

훅 끼치는 시골 흙 냄새

 

엷은 흙빛 얇은 껍질 안으로

하얀 속살이 비친다.

 

당장 입속에 침이 돌아

짜장 부끄럽기도 하지만

 

동글동글 탐스럽게

잘도 생긴 감자들을 키워낸

강원도의 흙을 떠올리며,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

 

묵묵히 우주의 에너지를

농축시킨 자연(自然)의 힘을 느낀다.

 

젊어서부터 감자를

신의 선물이라 하며 좋아한 나이기에

 

아내에게 부탁해

찌고, 굽고 또 볶아달라고 하여

 

맛보며 이 여름을 보낼 일이 즐겁다.

 

내가 한 일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상() 받을 일이 무엇이 있다고...

 

그 부드럽고도 단단한 알들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보내주신 미인(美人)

감사(感謝)의 절()을 올린다.

 

         土豆                  토두

 

一箱土豆送呈誰   일상토두송정수  

地氣如如手撫時   지기여여수무시      

珍味炊蒸言不必   진미취증언불필

誠心感佩拜纖眉   성심감패배섬미

 

           감자

 

한 상자 가득한 감자를 그 누가 보내주셨나

쓰다듬으니 아직도 느껴지는 흙기운이여

솥에 쪄내니 그 좋은 맛 무슨말이 필요한가

정성된 마음에 감동하여 보내신 미인께 절하네

 

* 土豆토두감자,  

  送呈송정귀한 분에게 편지나 물품을 보내다.

  誰누구 수, 地氣지기땅기운(만물을 키우는 자연의 힘)

  如如여여변하지 않는 모양, 撫쓰다듬을 撫,

  炊蒸취증찌다, 感佩감패대단히 고맙게 여김,

  纖眉섬미고운 눈썹, 미인(美人)을 지칭.

                                         (202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