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과꽃 (翠菊, 취국)

겨울모자 2023. 9. 13. 15:42

K가 과꽃 한 송이가

꽂혀 있는 사진을 하나 카톡방에 올렸다.

 

분홍색 꽃 빛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사진을 키워서 한참을 들여다 본다.

 

혹시 누가 보내준 것일까?

 

저 꽃을 꺾어 꽂은 사람도

저 아름다운 빛깔에 홀렸음에 틀림없다.

 

과꽃의 색깔은 여러가지이지만

벗이 올린 분홍색 꽃 빛깔의 아름다움은

무슨 말로 잘 형언(形言)키가 어렵다.

 

나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동요 몇을 고르라면

반달‘ ’섬집 아기‘ ’꽃밭에서와 함께

과꽃도 어린 나의 애창곡이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가사를 2절까지 읽어보면

조금은 슬픈 노래다.

 

옛 시절에는 편지 외에는

딱히 연락 수단도 없었고

 

시집간 이가 친정과 무슨 연락을

하는 일도 삼가는 분위기였으니

 

친정 떠나서 한 삼년 정도의

연락두절도 흔한 일이었을 법하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해서

미주나 유럽에 있어도 제깍 통화가 되니

 

그리움이라는 정서(情緖)

옛날보다 많이 퇴색된 듯 하기도 하다.

 

이를 느끼기라도 한 듯

 

다른 벗 J<과꽃>의 가사(歌詞)

절구(絶句) 한 수()를 지어 올렸다.

 

 

       翠菊                   취국

 

爛開翠菊滿花壇     난개취국만화단

姐姐耽耽永日看     저저탐탐영일간

出嫁三年無雁帛     출가삼년무안백

秋來嚮慕刺心肝     추래향모자심간

 

     과꽃

 

과꽃이 활짝 피어 화단에 가득하면

누나는 좋아하여 하루종일 보았지

시집 간지 삼 년간 편지 한 장 없어

가을 오면 보고픈 마음 가슴 저미네

 

* 爛開난개꽃이 활짝 피다, 만개하다.

  姐姐저저누나, 누이.

  耽耽탐탐매우 즐겨 좋아하다.

  永日영일종일(終日)

  雁帛안백편지, 소식 = 音信. 音書

  嚮慕향모자꾸 생각 나거나 그리워하다.

  刺心肝자심간가슴 저미다, 마음 아프게 하다.

 

나도 예의상 가만 있을 수 있나,

 

하루가 지난 후 틈을 내서

역시 한 수()를 지어 올린다.

 

        翠菊                     취국

             

甁中一朶粉紅花     병중일타분홍화

姐姐芳年似艶誇     저저방년사염과

出嫁三年音信絶     출가삼년음신절

憐捫瓣瓣慕情加     연문판판모정가

 

       과꽃

 

화병에 꽂혀 있는 한 송이 분홍꽃 보니

우리 누나 처녀 적 아리따움 자랑하듯,

시집간 지 삼 년 동안 소식이 끊겨서

꽃잎을 쓰다듬으니 그리운 정 더하네

 

* 一朶일타...한 송이,  姐姐저저...누나,

  芳年방년...꽃다운 젊은 여자의 나이,

  艶고울 염, 아리따움, 誇자랑할 과,

  音信음신...편지, 소식.

  ...꽃잎 판, () .

  ...쓰다듬을 문,

  憐어여삐 여길 련, 捫쓰다듬을 문

 

* 과꽃을 한자로는 취국(翠菊), 추금(秋錦)등으로

  부르는데, 여기서는 취국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