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드시는지요? 여자를 달래는 직업??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눕는 사
람들.. 그것도 여성들이라면 당연히 겁을 내기 마련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점잖케 누워서 마취 주사를 맞는 순간에도 표정에 미
동 한 점 나타내지 않는 분도 간혹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환자
들은 <엄마, 무서워><아이구 떨려><잠깐만요, 많이 아프죠?> 등등의 불
안감을 나타내기 마련이며...심지어는 수술 내내 몸을 덜덜 떠는 분이
나, 식은 땀을 흘리며 까물어 치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분도 어쩌다가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포심이 심한 분들은 미리 진정제를 투여하여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 놓고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의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진정
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환자에게 신뢰심을 심어 주는 의사의 언행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수술 전에 환자와 상담할 때는 물론이고 수술대에 올라
가 눕는 순간, 소독, 디자인 그리고 마취 주사의 순간에도 끊임없이 환
자를 달래고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한 의사의 말 재주 또한
수술 술기(術技)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기술(?)중의 하나가 되어야 합
니다.
대학 1 학년의 여학생이 찾아 왔습니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장
한데 눈이 좀 작았습니다. 눈꺼풀은 얇았으나 아래로 처져 눈이 작아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선생님, 많이 아픈가요?>라고 물으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 수술은 이삼십 분이면 끝나고, 간혹 눈썹이 찌르는 초등학생들도
와서 받고 가는 수술입니다><마취는 삼초 정도 걸리는데 그 이후는 하
나도 아프지 않습니다>라고...다정한 말투로 설명하니 환자는 마음이 편
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수술이 진행되는 도중에 <어때요? 별 것 아니지요?>라고 물으니
환자는 <낚시에 걸린 고기 같네요...제가..>라고 대답하여 같이 웃었습
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경우라면 지금 환자는 아주 편안한 상태로 안
정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지요.
수술 전 그리고 수술 도중에 환자와 관계되는 분야에 대한 대화를 몇
마디 다정스럽게 나누는 것은 환자에게 커다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따라서 수술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여 줍니다. 짧지 않은 세월 이런 생활
을 해오다 보니 환자들을 달래고 안정시키는 말 재주에 도가 트인 것 같
은 느낌입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유대감(紐帶感)을 '라뽀(Rapport)'라고 말하는데, 어
떤 병(病)이던지 의사와 환자 간의 라뽀가 좋으면 치료 효과도 더 좋은
법이지요. 성형외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고 몇 마디
대화라도 잘 통하면 수술도 더 매끄럽게 진행되고 결과도 더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여대생의 눈 수술이 다 끝나 매력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당장 거울
을 보여 주니 변한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모양입니다. 저
역시 기분 좋은 성취감(成就感)을 맛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자, 오늘 수술의 제목은..무엇이라고 할까?...그래! '비너스의 탄생'
이 어때요?> 이 말을 듣고 여대생은 빙그레 웃더니 <그건 너무 과분
하구요..'낚시에 걸린 고기'라고 하지요 뭐...>
하루의 피곤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