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오늘 하고픈 말
이런 <비너스의 탄생>
겨울모자
2006. 6. 3. 14:38
누드를 본다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서 사람들의 비상
한 관심을 끌게 마련입니다. 얼마 전에 모 우유회사에서 새로
나온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전라(全裸)의 여성
모델 여러 명을 무대 위로 등장시켜 우유를 뿌리는 헤프닝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대처하기로 하고, 우선 사람
들의 이목을 끌어 놓고
보자는 기막힌 상술의 발로(發露)로 보
이는데요. 그런 일을 전위적이라는 말을 앞세워 예술의 한 자
락으로 호도하려는 저의가 뻔히
보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예술 작품에서의 신체 노출이 과연 예
술이냐 외설이냐가 문제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 왔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작품에서의 누드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의 몸도 자연 현상의 일부이니 그 생김
새의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
다. 로댕은 사람의 몸보다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했다지요.
그러나 예술 작품을 빙자한 저급한 것으로 이목을 끌어 보려
는 불순한 의도가 항상
문제입니다. 문학 작품에서의 과도한 성
적인 묘사도 그렇습니다. 꼭 그렇게 수치심이 들 정도로 자세하
게 묘사를 해야만 작품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인지..
다른 규격품들로 인정을 받은 유명 작가라고 해서 그런 식의
성묘사를 하여도 예술로 보아줄 수 있다는 것인지... 누드나 성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도가 넘치도록 만연한 요즘,
그럴수록 인간성의 진실함을 찾으려는 양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며칠 전에 서해안의 어느 해수욕장에 갔더니 어떤 술집의 입구
의 벽에 너무도 낯익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조악하게
그려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술집의 주인은 아마도 접대부를
고용해 놓고 손님을 많이 끌어 보려는 의도로 그런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습니다.
혹시 누가 뭐라고 한다면 명화를 복사한 것이라는 핑계거리를
마련해 놓은 주인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너스
의 탄생>을 골랐다는 것에 잠시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인류의 귀한 유산이랄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작품을 그렇게 술
집의 유인물로 쓰려고 페인트로 흉내낸 것이, 뭐랄까 좀 안쓰러
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작년 여름에 그 원본이 있는 피렌
체의 우피치 미술관 근처를 지나가며 시간이 없어서 감상치 못한
일이 아쉽게 떠오르더군요. ( 2003. 3.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