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자
엊저녁 백화점 앞에 차를 대어 놓고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라디오를 켰더니, 여가(餘暇) 생활에 대한
대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가학 교수인 전문가의 말씀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잘하기
위해 쉬는 의미로 여가를 즐기는데 비해, 선진국 사람들은 여유
있는 긴 여가를 기다리며 놀기 위해 평소에 열심히
일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1세기에는 여태와는 달리,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
이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일갈(一喝)하더군요.
그러나 앞의 말은 이해가 갔지만,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는 선뜻 수긍이 가질 않았습니다.
저는 놀 때에는 일에 관한 것을 완전히 잊어버림으로써,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나름대로 털어내며 살아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지요.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다니.. 죽도 밥도 아니지 뭐..
그
런데..
밭을 정해 놓고 채소 가꾸기를 한다거나 또는 DIY 라고 해서 스
스로 작은 가구 같은 것을
만들어 보는 생산적인 취미를 가진 분들
도 많고, 산수(山水) 좋은 곳으로 놀러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무언가 좀 의미있는 일을 찾아 여가 시간에 남을 위해 봉사하는 분
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여자 회사원은, 주 5일 근무제를 이용하여 주말에 인천에서
의정부까지 가서 장애아와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땀 흘려 그들을
보살펴 주고 오면 그렇게 마음이 개운할 수가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무슨 일이든 해서 자기 마음이 편하고 즐겁고 보람을 느끼면 그
이상의 좋은 여가 활용이 없겠지요. 저도 한 두 가지
경험이 있어
그 기분을 알고 있습니다. 작은 봉사이지만 하고난 후의 그 흡족함
은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
입니다.
여지껏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 왔지만, 내가 사회에서 받아
온 크고 작은 혜택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남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자각이 이제야 들고 있나 봅니다.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자! 속뜻이 참 좋은 말입니다.
(2003.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