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모자 2006. 6. 5. 16:54

진료실 창을 열어 본다.

봄비 오는 소리보다는
젖은 차바퀴 지나가는 소리만 들리지만

이제 조금도 춥지는 않고

봄비가 가져다 주는
물기를 흠뻑 들이 마시고 싶어

한가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은 이렇게
비가 계속 내려 주었으면..

오랫동안 메마르던 마음이
촉촉히 젖어들도록..

해서, 무언가 좋은 생각이
마음 속에 가득찰 수 있도록..

酒渴喜聞疏雨滴 (주갈희문소우적)
 <술 갈증에 성긴 비 내리는 소리 즐겁게 듣네..>

어제 읽은 宋詩의 한 대목이다.

마른 땅이 비를 기다리듯
술이 고픈(酒渴) 마음에
빗소리마저도 반갑다는 표현을

술 좋아하는 분들은
금방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보니 오늘 저녁에 나도
술잔을 만지작거릴 약속이 있다.

약속 있는 날 비가 온다고
아내는 불만이지만

나는 좋다.
하루 종일 내려주면 더욱...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겨우내 들러붙던 모든 먼지와 때를
이 봄비에 말끔히 씻어 버리고 싶다...
(20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