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여행이 좋아

예산의 별서(別墅)

겨울모자 2006. 7. 26. 11:47

주말을 포함해 모처럼 2박3일 시간을 냈다.

 

토요일 오전 11시 45분에
아내와 둘이서 아파트를 출발,

 

흐리지만 비는 안오는 날씨에
주말이라서 경부고속도로는 매우 막힌다.

 

기흥을 지나니 정체가 풀려 쌩쌩..

천안IC에서 나가 온양을 앞두고 시장기가 돌아
미리 알아 둔  맛있는 냉면집을 찾기로 했다.
 
천안에서 온양으로 들어가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가다 보면 우측에 온양관광호텔이 있고

 

온양관광호텔 정문을 지나자마자
우측 골목 입구에 있는 허술한 냉면집,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평양냉면> 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내부가 예닐곱 평 될까
밖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한 10분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주문을 받자마자 주방장이
메일 가루를 듬뿍 꺼내 반죽을 시작하더니

보는 앞에서 냉면을 만들어 내어온다.

 

집은 작고 허술해도 맛은 기가 막히네~~
온양 지나실 때 이 집 꼭 들러 보세요!

 

솜씨를 보니 수육도 잘 할 것 같아
일행이 여럿이라면 한 접시 불러서 소주 한잔 마셔도 될 듯

 

   **         **         **

 

순천향대학 지나 645번 지방도로로 접어드니

넓은 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시골 경치가 약 8 Km 가량 눈앞에 계속 펼쳐진다.

 

낮은 구릉을 이리저리 돌아가는 한적한 시골길,
드라이브의 맛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길이다.

 

길 양측으로,
말리려고 누렇게 걸어 놓은 담배 잎들을 보면서

 

짧은 여행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집을 떠난 실감이 몰려 온다.

 

   **         **         **

 

예산군 대술면 방산리  방산 저수지..

 

아담한 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길이 끝나는 곳이다.

아는 분의 소개로 이곳에 지어 놓았다는 별장을 찾았다.

 

800 평이나 된다는 고른 땅에 잔디가 심어져 있고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예쁜 주문식 숙소가 여러 채이다.

 

100 % 순 황토를 바른
찜질방은 참나무로 데우게 되어 있는데..

 

찜질방을 가동하다 보면
황토벽이 군데군데 자꾸만 떨어져 내린다고 한다.

 

시멘트를 섞어 바르면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개인 별장이라서 100% 황토만을 사용해서
그동안 떨어져 내리는 부분을 보수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왔다면 참나무로 데운 황토방 체험을 하련만
우리 두 사람이라 극구 사양하고 다음 기회로...

 

찜질방 바로 앞은 풀장을 만들어 놓아서
가까운 이들과 모여 찜질과 수영을 번갈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         **         **

 

넓은 저수지에 주말 낚시꾼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서 서산 간월도 횟집으로 향했다.

 

소줏잔을 기울이면서 환담하다 보니
드넓은 갯별로 누런 저녁놀이 가득하다.

 

아.. 이건 정말 작품감인데..
서둘러 오느라고 디카의 메모리 카드를 빼놓고 왔으니..

 

별장의 주인되시는 분은 조각을 전공하신 예술가이며
따님을 한국의 톱 플루티스트 중의 하나로 키우신 분이다.

 

한국 사회는 한 두명 건너면 다 안다.

 

내가 아는 분들을 그 분이 아시고
그 분이 아시는 분들을 내가 아니까 대화는 끊일 줄 모르고

 

다시 저수지로 돌아와

예쁜 테라스에 앉아 와인잔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초면이지만 주고 받는 정담(情談)에 밤 깊어 가는 줄 모른다.

 

   **         **         **

 

다음 날은 아내와 둘이서 태안반도로 나갔다.

 

연포 바로 이래 채석포 라는 작은 어항에
내가 단골로 다니는 <황성횟집>이 있는데

 

나는 이집에 여름 시즌에만 몇 번 가서
꼭 바닷장어 소금구이를 먹는다.

 

반으로 길게 가른 장어를 표면쪽부터 석쇠에 얹고
소금을 살살 뿌려 가며 구우면 장어 살이 펴진다.

 

이때 뒤집어 안쪽 살을 익혀서
타지 않을 정도로 노릇노릇하게 되면

 

상추에 싸서 된장을 조금 찍은
마늘과 고추를 얹어 입에 넣으면.. 아...

 

   **         **         **

 

덕산 온천 원탕에 들어가 몸을 쭈욱 펴고 윗쪽을 보면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 하늘이 다 보인다.

 

찌뿟하던 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두어 시간 몸을 온천물에 불리다가 나온다.

 

다시 저수지의 저녁..

 

닭백숙을 놓고 마주 앉아서 소줏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저수지에는 어둠이 차근차근 내려 앉는다.

 

이곳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가면
유명한 한우 잡는 마을 '광시마을'이 있다.

 

작은 마을 양쪽 길에 푸줏간이 늘비한데
대낮에도 둥글고 누런 불들을 집집마다 줄줄이 켜놓아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이국적인 풍경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지낸 2박(泊)

한산(韓山) 이(李)씨의 고적이 많은 이곳,

 

별장 바로 옆에는 연잎이 무성한 연못이 있는데

영의정 이산해의 사위인 한음 이덕형이 심었다는
큰 나무 세 그루가 연못 안에 서 있고

 

그 나무 위에 커다란 해오라기 한 마리가
미동도 않고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

 

저수지의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는 아침이면
여러 종류의 맑은 새소리가 이른 잠을 깨우는 곳

 

다시 또 가고 싶은 곳이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