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주년을 맞은 아내에게
사랑하는 미카엘라,
나라에 개천절이 있듯, 우리 가족이 있게한 그날
1976년 9월 10일..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30년이 흘렀소.
학창시절, 문리대 앞의 그 '미라보다리' 위에
학생들의 늙었을 때의 얼굴을 예측해 그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때, 그려볼까 하다 말았는데.. 그려서 간직했더라면
과연 지금의 내 얼굴과 비슷했을까...
난 많이 늙었지만, 당신은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젊고 아름답소!
같이 걸어온 30년.. 힘든 일도 많았지?
그동안 살아오면서 속 썩인 일.. 모두 사과하오 진심으로!!
오늘 아침 식탁에 둘이 앉아 내가 기도 한 말씀처럼
언제나 당신을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선물로 생각하고 살겠소.
30년을 아무 일 없이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히 잘 지내온 것이
순전히 당신의 노력 때문인 것을 나와 아이들도 잘 알고
있소.
이제 우리 생은 대체로 나머지 1/3을 앞에 두게 되었소.
성장하여 공부하며 당신을 알게된 처음 1/3
당신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지내온 중간 1/3
그 귀중했던 시간들을
이제 다 보내고 나니..
언제까지나 우리 품을 파고들 것만 같던 아이들도
이젠 가정을 꾸려야할 나이가 되었고
우리 앞에는 이제 나머지 1/3의 시간이
풀기를 기다리는 숙제처럼 놓여 있소..
당신 덕에 훌륭하게 성장한 아이들을 보니
이제 나는 아무 것도 부러워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오.
마음 편히 나머지 1/3을 이제 즐기면서 삽시다.
35년전.. 당신을 처음 만난지 얼마안된 그 즈음..
명동 뢰벤브로이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내가 먼저 말했지요..
그 말을 들은 당신의 그 때 그 눈빛 그 미소를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 예쁘지만 입술이 제일 예쁜 당신을.. 사랑합니다! - 미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