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낭화(錦囊花) "무리지어 핀 야생화 금낭화(錦囊花, bleeding-hearts) 입니다. 복주머니 모양에 황금색 꽃가루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서양에선 피흘리는 심장 같다고 명명했네요. 야산에서 한 뿌리 캐다가 심은 것이 손 봐주지 않아도 저절로 번식을 잘해서 정원 여러 곳에서 자랍니다." 지난 4월 말 나의 벗 서박사가 자신의 정원에서 곱게 핀금낭화를 소개한 글이다. 꽃 모양이 옛날 며느리들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 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라니 꽃모양 못지않게 겸손하고 아름다운 꽃말이다. 얼마후 또 다른 벗인 꽃전문가 P박사가 금낭화를 만난 이야기를 잔잔하게 올렸고 다음날은 또 벗 K교수가 금낭화의 사진과 함께 조선의 화가 신명연(申命衍)이 그린 금낭.. 더보기 뻐꾸기(布穀, 포곡) 번잡한 도시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 곳에 와서 맑고 조용한 가운데 마음을 씻어내고 있던 중 저 숲 속에 뻐꾸기 한 마리가 쉬지않고 뻐꾹뻐꾹 울어댄다. 뻐꾹새의 별명을 한자(漢字)로는 포곡(布穀)이라고도 부른다. '포곡'이 '뻐꾹'과 발음이 비슷하고 씨를 뿌린다는 중의적(重意的) 뜻이 있어 때 됐으니 어서 씨를 뿌리라 권한다고 그 이름을 '포곡'이라고 부른다던가. 뻐꾸기 우는 소리를 하염없이 듣다보니 왜 저렇게 계속 우는지 혹시 저 녀석도 무슨 걱정이? 내 마음도 따라서 나라 걱정으로 또다시 어두워진다. 布穀 포곡初夏空山布穀聲 초하공산포곡성 播時已盡為何鳴 파시이진위하명 人間事事多差誤 인간사사다차오 竟日孤啼嘆世傾 .. 더보기 방춘 (芳春) 대학병원의 전공의 과정과몇년 간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이 자리에 나의 개인 의원을 열어운영해 온 지도 이제 37년째. 부지런히 출근하고환자분들을 수술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내 몸의 건강함과아직도 무한히 남은 줄 알았던 시간들. 이제 2026년 3월 31일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평생을 나를 뒷바라지하느라 수고한아내를 위해 이제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잘 아는 분들과전화번호가 보관된 분들에게개원을 접는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며칠간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일일이 답을 드려야 할 정도로 나를 믿고 아껴주신 분들이니감사하다는 말로도 한참 모자란다. 벗 백강(白岡)에게서 짤막한 답이 왔다. 忘機謳自樂 망기구자락 願君安此身 원군안차신 ‘기심을 잊고 스스.. 더보기 차이코프스키(柴可夫斯基)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그가 작곡한《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듣는다.지극히 아름다운면서도 우수를 간직한 그 선율. 그의 멜러디가 얼마나 아름답기에 톨스토이는그의 현악4중주의 《안단테 칸타빌레》를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을까.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다.요즘은 성소수자라고 부르지만조물주의 뜻을 거스르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음악사의 거인인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서남자 제자이자 동료인 코데크와 가까운 사이였다. 이런저런 소문을 불식하고자급히 여제자인 밀류코바와 결혼을 했지만, 몇 달 못 가서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스위스의 클라런스라는 곳으로 홀로 가서 지내면서작곡한 곡이 교향곡 4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교향곡 4번의 2악장은 오보에의 독주로 시작하는데,슬픈 듯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선율을 .. 더보기 천둥소리(雷聲, 뇌성) 봄비가 온다.출근길 보도(步道)는 우산으로 가득 찼다.빨간 우산, 파란 우산, 투명한 우산.. 봄이 오면 겨우내 차갑던 땅이 따뜻해지며 공기도 더워진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려 만물을 적신다. 이러한 온도 변화가 급히 일어나면 비와 함께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한다. 겨울에는 추워서 드물던 이런 현상이 경칩(驚蟄)을 전후해 일어나기 시작한다. 봄에 나타나는 이 새 천둥소리가 잠자던 생명들을 깨우는 신호탄이랄까. 비발디의 《사계, 四季》중 '봄'의 1악장을 들어보면 새의 노래와 시냇물 소리에 이어 번개와 천둥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다시 이어지는 새의 노래 소리.. 비가 그치면 다시 맑게 씻은 듯한 봄의 노래 소리가 들려 오리라는 기대를 품고 번.. 더보기 꽃샘추위 (春寒, 춘한) 봄이 왔구나 싶게 날씨가 푹 하더니 갑자기 요며칠 다시 찬 바람이 불어넣어두었던 두꺼운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장독이 깨질 정도의꽃샘추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벗 연준(燕俊)이 시 한 수를 보내 왔다. 《春寒》 춘한 - 燕俊 - - 연준 -暖溫恰似仲陽來 온난흡사중양래近者東風淑氣催 근자동풍숙기최俄刻春寒人復慄 아각춘한인부율南鄕報已綻紅梅 남향보이탄홍매 꽃샘추위 마치 2월이 온듯 날씨가 따뜻하면서요새 봄바람이 봄기운을 재촉하더니갑자기 꽃샘추위 사람들 덜덜 떨지만남녘엔 이미 홍매 피었다고 알려오네 ※ 恰似흡사...마치 ~처럼, 仲陽중양.... 더보기 신호등 (信號燈) 압구정로에서 내 의원을 경영한 지도 이제 제법 오래되었다. 나는 대치동의 내 집에서 언주로 길로 출근을 하고포스코 빌딩이 있는 삼성로 길로 퇴근을 하여 왔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교통량이 많아 일년내내 차가 많이 막히는 길이다. 그러나 해마다 연휴(連休) 때에는대로(大路)에 차도 별로 없고 멀리 앞으로 줄지어 보이는 신호등이녹색으로 연이어져 있고 차도 별로 없어나도 모르게 씽씽 달리게 된다. 연휴를 틈타 수술을 하는 환자분들 때문에나는 연휴 때에도 잠깐씩 병원에 출근을 한다. 내 집에서 내 병원까지는신호등이 21개 달려 있는데 십오 년도 넘은 오~래 전 어느 해의 연휴였던가 나는 한 번도 신호에 걸려 서지 않고 집에서 병원까지 달려온 일이 있었다. 별일은 아니지만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희귀한 일이긴 .. 더보기 설날 (元旦, 원단) 설날 아침에 백강(白岡)의신년 휘호(揮毫)가 사진으로 날아왔다. '千祥雲集(천상운집)'이라고비교적 가느다란 예서체(隸書體)로 쓴... 서예를 잘 모르는 내 눈에도기름기가 쭉 빠진 친근한 필체로 보인다. 나도 친구들에게도 많은 상서로운 기운이구름처럼 모여드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빌며 千(천), 祥(상), 雲(운), 集(집)을첫 글자로 하여 7언절구를 써서 보냈다. 《用千祥雲集四字賦詩呈白岡》 용천상운집사자부시정백강 千家曙景動春風 천가서경동춘풍 祥氣臨堂照滿空 상기임당조만공雲散近峰生秀色 운산근봉생수색集安里里樂民同 집안리리낙민동《천상운집 네 글자를 써서 시를 지어 백강께 드림》 모든 집의 새벽 경치가 춘풍에 열리고 서.. 더보기 이전 1 2 3 4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