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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秋日)

유모차를 잡고 선 젊은 엄마가

아기를 내려다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 참 아름답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든

머리를 잘 빗은 여중생 하나가

맑은 눈을 하고 멀리 하늘을 바라본다.

 

아마도

조성진처럼 되려는 희망을 담았을

그 눈도 참 아름답다.

 

은행 문을 밀고 들어가며

뒤에 오는 이에게 문을 잡아주었더니

‘고맙습니다’ 하는 그 말씨.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 말도 참 아름답다.

 

그러니

오늘은 아름다운 날이다.

 

테러와 부패와 파렴치로

세상 안팎이 혼탁하지만

 

이 아름다운 마음을

나만 지키면 된다.

당신만 지키면 된다.

 

한강(漢江)에 가을이 한창이다.

 

 

    秋日                      가을날

 

靜午淸江岸      조용한 대낮 맑은 강가 언덕 아래

輕烟寂釣磯      가녀린 안개 서린 낚싯돌 적막한데

鳧曹刳水走      오리들 물 가르며 내쳐 달리고

雁陣隔雲飛      기러기 줄지어 구름 가를 날아가네

世上事無苟      세상 일 내 한 몸 구차할 것 없으니

人間心不違      살아가는 이 마음도 어긋날 리 없구나

佇身鷗莫笑      우두커니 선 나를 갈매기여 웃지 마라

久棄意中機      가슴속 욕심 이미 버린 지 오래라네

 

 

* 釣磯(조기)... 물가의 낚시하는 곳(돌)

* 鳧曹(부조)... 오리 떼, 鳧오리 부, 曹 무리 조    

* 刳水(고수)... 물을 가르다,  刳 가를 고

* 雁陣(안진)... 줄 지어 나는 기러기 떼

* 無苟(무구)... 구차할 것 없다, 苟 구차할 구

* 人間(인간)... 사람 사는 세상. 

* 久棄(구기)... 버린지 오래이다,  久 오랠 구, 棄 버릴 기

* 意中機(의중기)... 마음 속의 욕심이나 거짓된 마음

                           機 거짓 기, 나쁜 책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