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에 피곤하여
토막잠을 잔 날은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나기 쉽다.
아직도 많이 남은
이 안식의 시간을
달콤한 잠으로
다시 채워야 하건만
아이처럼 소록소록
머릿속에 떠오르는 낮의 일들.
생각을 떨치려고 눈을 감으면
새까만 우주(宇宙)에
펼쳐지는 수많은 별과 은하,
아폴론의 불 수레바퀴도 지나간다.
이럴 땐 양(羊)의 수를 세던데,
묵주기도를 외워볼까,
아내는 도로롱 도로롱
잘도 자건만
머지않아 날이 밝을 텐데
휴~
잠이여
잠이여
나에게 오라.
半夜 밤중
家妻鼾鼻似潺聲 아내는 도롱도롱 코골며 자는데
不着甘眠過五更 단잠을 못 이루고 오경을 지나네
暝目星河行宇宙 눈 감으면 별무리 우주를 떠도는데
於焉窓外近平明 어느새 창밖엔 새벽이 가깝구나
* 鼾鼻한비...코를 골다, 鼾코 골 한,
* 潺聲잔성...물 졸졸 흐르는 소리
* 五更오경...밤 3시~5시
* 暝目명목...눈을 감다, 暝눈감을 명,
* 平明평명...날이 밝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