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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貫目)

고향의 푸른 바다를

누비던 그대


일렁이는 햇빛

물살을 가르며 내치던

가벼운 몸놀림


줄지어 떼 지어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그물에 딸려 올라


힘차던 용력(勇力)은

햇살 속으로 스러지고


허공에 매달려

눈(雪)과 추위에 빼앗긴

그 재빠름이여


태평양 넘어

피안의 물가를 향했던

열망(熱望)이여


‘눈을 찌르다’는 뜻의

그 이름마저도

그대의 존엄과는

무관하게 지어졌지만


미이라가 된 검은 살

굳은 몸에 뚜렷이 남은

푸른 등줄이 말하는구나


그대는

무구(無垢)한 족속이었다고


기억의 바닥을 훑어도

이제는 거기 없을

열망을 가졌던 일 뿐이라고



        貫目                             과메기



悠悠活泳故滄瀛      고향의 푸른 바다를 누비던 그대여

列陣群跳妙舞呈      줄지어 떼 지어 멋진 춤 뽐내다가

唐突蹉跎嬰罟網      어느 날 느닷없이 그물에 걸려 올라

散華勇力惜終生      용력은 스러지고 애석한 생 마감했네


熱望遠渡太平洋      멀리 태평양 건너려 그대 열망했건만

何掛虛空受咎殃      어쩌다 허공에 매달리는 재앙을 겪었나

只有鮮明靑背線      등에 남아 있는 선명한 푸른 등줄을 보니

知君抱負到扶桑      그대의 포부 해 뜨는 곳에 가는 것이었네


人稱貫目作名闌      사람들이 함부로 관목이라 이름 부르고

已變形骸瘠墨殘      그 몸은 이미 마르고 검게 변했지만

無垢淸魂常做夢      무구한 맑은 영혼이 늘 꾸어오던 꿈

終焉未就獨長歎      끝내 이루지 못하였음을 탄식하노라



* 貫目관목,  貫꿸 관  目눈 목, 관목⟶관모기⟶관메기⟶과메기


* 滄瀛창영...큰 바다, 列陣열진...줄지어 떼 지어,

   妙舞呈묘무정...멋진 춤을 뽐내다  , 唐突당돌...느닷없이,

   蹉跎차타...불운하여 넘어짐, 嬰罟網영고망, 그물에 걸리다,

   嬰걸려들 영, 散華산화...안타깝게 죽음,


* 掛걸릴 괘, 咎殃구앙...재앙, 扶桑부상...동쪽 해 돋는 나라,


* 貫目관목...과메기, ‘눈을 꿰다’는 뜻, 闌함부로 란,

   形骸형해...몸, 육체, 瘠墨척묵...몸이 야위고 거무데데함,

   無垢무구...몸과 마음이 깨끗함, 죄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