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외국어 대학 홍 윤기 교수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홍윤기교수는
오랜 세월 일본의 고문서 연구와 현지 답사로 일본 왕실의 혈통을 밝혀 많은 저
서를 낸 분이며, 현재에도 양식있는 일본인 학자들과 교류하며 한일 국제 왕인
학회를 이끌어 가는 분입니다. 강연 제목은 '백제와 일본 왕실의 혈연 규명'이
었습니다. 이 글은 홍윤기 교수의 강연내용을 기초로 하여 쓴 글입니다.
일본 고대 역사학의 태두(泰斗)이며 교토대 사학과 명예교수인 우에다 마사아
키(上田正昭)박사는, 서기 815년 일본 왕실이 편찬한 일본 왕족과 귀족의 족보인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을 펼쳐서, 일본의 30대 천황인 '비타쓰(敏達)천황은 백
제 왕족이다'이다 라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신찬성씨록을 비롯하여 일본서기 속일본기 등의 역사서에 나오는 일본 천황가
의 혈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백제 21대 개로왕의 동생 곤지왕자가 4세기 후반에 일본에 건너가 15대 응신
(應神)천황이 되고, 응신의 제 4왕자가 16대 인덕(仁德)천황이 되고 또 다른 왕
자는 백제로 건너가 24대 동성왕이 되었습니다. 동성왕의 아들이 일본에서 살다
가 백제로 와서 25대 무령왕이 되었고, 무령왕의 동생이 일본의 26대 계체(繼體)
천황이 되었습니다. 17대~25대는 가공(架空)의 천황이라고 합니다.
무령왕의 아들이 백제 26대 성왕이 되었고, 성왕은 일본과 백제를 오가며 통치
하다가 제1왕자에게 양위하여 27대 위덕왕으로 등극시키고, 자신은 일본으로 가서
29대 흠명(欽明)천황이 되었습니다. 흠명의 제 2왕자가 30대 민달(敏達)천황이 되
었고 제3왕자는 군사 1,000명의 호위를 받으며 백제로 와서 28대 혜왕(惠王)이 되
었습니다.
민달천황의 친손자가 34대 서명(舒明)천황이 되었고, 그는 나라(奈良)땅의 구
다라강(百濟川) 옆에 구다라데라(百濟寺)라는 절을 짓고 구다라궁(百濟宮)을 세
우고 그 안에서 살았으며, 죽은 후에는 구다라노 오모가리 (百濟大殯)를 만들어
3년상을 치렀으며, 왕 서거후 3년상을 치르는 백제의 관습은 공주의 무령왕릉의
묘지석(墓誌石)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1098년에 그려진 일본 고대 오사카 지도인 팔랑화도(八浪華圖)를 보면, 오사카
의 난바(難波) 일대를 구다라스(百濟洲)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의 주(洲)란 나라
(國)를 뜻하는 것이었으며 당시의 '구다라 고우리'(百濟郡)는 현재 오사카 중심
의 여러 구(區)를 포함하는 광대한 터전이었습니다. 오사카 지역을 주로 하여 일
본 전역에 무수히 많던 백제 지명들이 일제 치하의 행정 당국자들이 모두 다른 것
으로 바꿔버렸다고 합니다.
다시 천황가의 혈통으로 돌아가, 서명(舒明)천황 사후 그 왕후인 35대 황극(皇
極)천황이 등극하고, 645년의 대화개신(大化改新)에 의해 등극한 36대 효덕(孝德)
천황을 거쳐 다시 황극이 37대 제명(齊明)천황으로 등극합니다. 제명(齊明)이, 후
에 39대 천황이 되는 아들 천지(天智)와 함께 663년 나당연합군에 대한 백제 저항
군의 마지막 결전인 백촌강의 결전에 1,000척의 함대와 27,000명의 구원군을 파병
한 이야기는 지난 번에 말씀드렸습니다.
이와 같이 백제와 일본 왕실은 같은 혈통의 두 나라였던 것입니다. 서로 번갈아
큰집 작은 집이 되면서 혈통을 이어가던 백제와 왜(倭)의 왕실이었습니다만, 백제
가 멸망하고 구토(舊土)는 숙적 신라에게 넘어간 후, 왜(倭)는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며 '정(情)떼기 작업'에 들어갑니다.
670년에는 국호를 일본으로 바꾸고, 왕의 명칭도 천황이라고 바꾸게 됩니다. 천
황 명칭은 30대 천지 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니, 그 이전 제명 때까지는 백제의
후왕(侯王)이었으나 편의상 모두 그 이전도 천황이라고 이 글에 썼습니다.
곧바로 새로운 역사서의 편찬을 명하여,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가
720년까지 편찬되고, 이어서 속일본기(續日本紀, 779),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
815)등이 발간됩니다. 특히 고사기와 일본서기에서의 고대부분 역사의 소설쓰기
식 왜곡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알아보겠습
니다. (계속)
참고 인용 문헌
* <일본 속의 한국 문화> 김 달수, 조선일보사, 1986
* <일본인의 조상은 고대 조선의 도래인이었다> 최 봉렬, 일주문, 1989
* <비류 백제와 일본의 국가 기원> 김 성호, 지문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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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스페셜 3> KBS, 효형출판, 2001
* <백제의 大和倭와 日本化 과정> 최 재석, 일지사, 1991
* <백제와 大和日本의 기원> 홍 원탁, 구다라 인터내셔널, 1993
* <백제에서 건너간 일본 천황> 이시와타리 신이치로(石渡信一郞), 지식여행, 2002
* <천무천황의 비밀> 고바야시 야스코(小林惠子), 고려원, 1990
* <일본천황은 한국인이다> 홍 윤기, 효형출판, 2000
* <일본천황 도래사> 와타나베 미츠토시(渡邊光敏), 지문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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