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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다시 한번 읊다

   장가계에 다녀온 지 이제 열흘이 넘었네요. 이 나이까지 국내의 여러 산과

서구의 몇몇에도 가보았지만, 그렇게 규모가 크면서 아름다운 산은 처음이었

습니다.


  비가 와서 힘들었지만, 아쉬운대로 비안개 속으로 보던 그 멋진 광경은 아

마도 평생 잊을 수 없겠지요.


  케이블카를 타고 천자산에 오르며 이렇게 높은 곳에 어떻게 케이블카를 설

치했을까.. 뾰죽 솟은 바위산 꼭대기 작은 평평한 곳에 만약 나를 앉혀 놓는

다면..하면서 소름 끼치던 생각이 납니다.


  돌길을 밟아가며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던 계곡에서 솟던 흰 안개, 산록에

보이던 호수의 그 녹색 물빛, 그리고 저 유명한 도연명 시인의 무릉도원이

근방이었음을 집에 돌아와서 알았습니다.


  다녀와서 짧은 기행문을 쓰며 그 말미에 즉흥시 칠언절구를 붙였습니다만,

그 이후 자나깨나 그림같던 그 경치에 어울리는 칠언율시의 윤곽이 자꾸 떠올

랐습니다.


  이번 주는 그 생각으로 여념이 없이 고치고 또 고쳐서 이제 완성을 했기에

이렇게 올려봅니다.  


   張家界          장가계


朝明雨歇喜新晴  조명우헐희신청  

一路尋春踏石行  일로심춘답석행  

古木時時奇鳥叫  고목시시기조규  

幽陰處處白烟生  유음처처백연생  

嵯峨突出高峰怪  차아돌출고봉괴  

廻流綠水平  표묘회류녹수평  

五柳桃園花滿發  오류도원화만발  

始知此景不虛名  시지차경불허명


아침 되어 비 그치고 날이 맑으니

봄 찾아 한줄기 길  돌 밟아 가네

고목에서 때때로 기이한 새 울고

산 그늘  곳곳에 흰 안개 이네

드높이 솟은 봉우리들 괴이하고 

저 멀리 돌아드는 푸른 물 불어

도연명 살던 곳에 꽃 만발하니

장가계 이름 헛되지 않음을 비로서 알겠네


       2008. 4. 11.  懷仁  尹炳一 拙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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