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의 맛과 멋 썸네일형 리스트형 춘수 (春愁) 나의 사랑하는 시벗 덕인(德仁)이 오늘 아침 산책길의 청계천 사진을 몇 장 찍어 올렸는데 그중 한 장의 사진이 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청계천(淸溪川) 맑은 물에 비친 새로나온 버들잎 색깔이 어찌도 저리 아름다운가? 사진 아랫쪽으론 새 한 마리가 기막힌 포치(布置)로 앉아 하늘을 우러르니, 과연 화룡점정(畵龍點睛)이로고. 일년 넘어 지쳐 누워있던 나의 시심(詩心)이 순간 발동하여 오랜만에 절구(絶句) 한 수(首)를 물흐르듯 써내려 간다. 아, 봄은 또다시 이리도 아름다운데 나는 어쩌자고 마음을 다쳐 문을 꼭꼭 닫고 숨어 있었나. 봄이 흐드러졌음을 알면서도 어두움에 비틀거리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붙잡아 세워 봄 속으로 나로 이끌어본다. 내가 아직도 살아 있나, 나라가 아직도 살아 있나, .. 더보기 홍매 (紅梅) 꽃과 글과 시를 뭉뚱그려 매일 아침 톡방에 올려주는 P박사. 그 꽃 사진의 아름다움은 물론이요, 그의 간결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詩)다. 재주도의 홍매(紅梅)는 그 봉오리가 벌어졌지만 그가 사는 대전엔 아직도 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며칠 내린 비에, 겨우내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왔음에 감격하는 눈물 방울처럼 봉오리에 맺힌 아름다운 사진이 아침 눈길을 확잡아 끈다. 그의 글을 소개한다. * * * * * * 매화나무 가지마다 꿈을 꾸듯 이른 봄이 맺혀 있습니다. 봉오리에 맺힌 빗방울은 힘겹게 겨울을 이겨낸 감격의 눈물 같습니다. 겨울이 시작될 때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도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어기지 않고 찾아 옵니다. 신실(信實)한 자연의 약속. 삶 속에서 어려운 가운데에도 소망을 가질 수 있는.. 더보기 대구 (對句) 이백(李白)은 시선(詩仙), 두보(杜甫)는 시성(詩聖), 왕유(王維)는 시불(詩佛)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같은 당(唐)나라 때 시귀(詩鬼)라고 불렸던 시인이 있었다. 26세로 요절한 이하(李賀, 李長吉, 791~817)였다. 말을 타고 가면서 지은 시구를 시낭(시주머니)에 넣었다가 나중에 모아 좋은 시를 만들어 발표하곤 하였다. 그의 시에는 생생한 표현은 물론, 좀 이상한 어투나 때론 염세주의(厭世主義)적인 표현도 적지 않아 아마도 후세인들에게 그런 별명을 얻지 않았을까. 그가 지은 7언 율시의 한 구절에 天若有情天亦老 (천약유정천역노)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도 만약 감정을 느낀다면 그 하늘도 시달리고 슬퍼한 나머지 필히 늙어 노쇠해져 갈 것이다… 라는 뜻이다. 긴 인간의 역사상 벌어진 모든 희로애락사.. 더보기 柳梅(수양매) 봄비 오는 날 - 진성훈 - 주룩주룩 비 내리고 오늘 노가다 일은 공쳤구만 안방 창문 밖 수양 홍매화 요염한 자태 바람끼 풍기는데 너의 속삭임 듣지 못하는 세월의 흐름이 아쉽구나 얘야 차라리 너의 끼 술 한 잔에 녹여 나랑 후회없는 사랑에 한껏 취해보자. * * * * * * 나의 고교 대학 동창인 J박사를 나는 제주 터줏대감으로 꽃과 나무와 詩를 사랑하는 秦선비라고 부른다. 여전히 천직인 의술을 펴며 틈틈이 지난 날의 斷想들을 묶어 펴낸 그의 詩集 《무화과 그늘아래》. 사진들을 詩와 함께 담아 아름다운 冊을 펴낸 것은 詩人의 사랑하는 따님의 솜씨. 詩 한 首 한 首에 깃든 지난 세월의 이야기들을 참으로 멋진 하드웨어로 만드셨네!!! 곁에 두고 저 시원한 맑은 바람 가득한 濟州 생각이 날 때면 펴보고 펴.. 더보기 문우 (聞友) 로마가 번성할 때 시민들은 검투사들의 결투를 보고 즐기며 멋진 근육질 육체를 가지기를 선호했다. 육체는 멋지게 발달하고 머리가 텅 빌 것을 염려한 당시 로마의 한 시인(詩人)이 “mens sana in corpore sano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시구(詩句)를 썼다고 한다. * * * * * * 운동을 게을리하고 식욕을 다스리지 않을 때 나이 든 사람들은 건강하게 버틸 힘이 줄어든다. 옛날 생각만 하고 식욕을 허용하다가는 금세 배가 나오고 숨이 차서 후회막급(後悔莫及)인 터에 마침 벗이 소식을 올렸다. 식사량을 줄이고 금주(禁酒)와 조깅으로 아무런 배고픔도 없이 4Kg을 감량하고 나니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마저 더 맑아져 운동과 한시(漢詩)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되니… 라고!! 즐거운 소.. 더보기 모기 (蚊子, 문자) 작년 여름도 금년 여름도 집에 모기가 별로 없어 매미소리만 실컷 들으며 여름 잘 보내고 나서 올 가을 문턱을 넘으며 거실에서 쉬는 중 따끔따끔해 피부를 문지르며 이상타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 모기로구나 모기~!! 근래 들어서도 아파트의 수목 소독을 자주하던데?! 아니면 뒤늦게 베란다의 수채구멍에서 올라오나? 장마가 길어서 늦게 나타났나? 서늘해진 가을 초입에 저녁마다 아내와 모기 잡느라 차분히 책도 못 읽겠네. 잡은 모기들은 대부분 작고 가늘긴 한데 간혹 제법 자란 놈을 때려보면 빨간 피가 보여서 놀라게 한다. 이쯤했으면 이제 없겠지 하며 다시 앉아 좀 편히 쉬려면 영락없이 앵앵거리는 것들이 지금 읽고 있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처럼 집요하기도 하다. 인간보다도 지구상에 먼저 생겨나서 취각(臭覺)이 뛰어나고.. 더보기 첩자 (疊字) 내가 좋아하는 대모산의 오솔길 곳곳에 벤치는 물론이고 땀을 식힐 수 있는 작은 정자까지 있다. 졸졸 흐르는 시내가 모여 고인 곳엔 작은 연못도 이루어져 있고 까치들의 영역 싸움도 가끔 일어난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호젓하고 울창한 숲이 있어 갈때마다 깊은 숨을 편안히 들이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 여느 때처럼 오솔길로 들어섰으나 까치소리도 무언가 편안치 않은 듯 하더니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잎새를 치고 가느다란 빗방울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쏴~ 하고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숲속길에 들리는 빗소리는 어쩐지 좀 선뜩하지만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도 좋을 가랑비, 그러나 연못이 보이는 정자에 올라 앉아서 물 위로 무수히 생겼다가 금세 사라지고 다시 생.. 더보기 과꽃 (翠菊, 취국) 벗 K가 과꽃 한 송이가 꽂혀 있는 사진을 하나 카톡방에 올렸다. 분홍색 꽃 빛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사진을 키워서 한참을 들여다 본다. 혹시 누가 보내준 것일까? 저 꽃을 꺾어 꽂은 사람도 저 아름다운 빛깔에 홀렸음에 틀림없다. 과꽃의 색깔은 여러가지이지만 벗이 올린 분홍색 꽃 빛깔의 아름다움은 무슨 말로 잘 형언(形言)키가 어렵다. 나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동요 몇을 고르라면 ‘반달‘ ’섬집 아기‘ ’꽃밭에서‘와 함께 ‘과꽃‘도 어린 나의 애창곡이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가사를 2절까.. 더보기 이전 1 2 3 4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