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글과 시를 뭉뚱그려
매일 아침 톡방에 올려주는 P박사.
그 꽃 사진의 아름다움은 물론이요,
그의 간결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詩)다.
재주도의 홍매(紅梅)는
그 봉오리가 벌어졌지만
그가 사는 대전엔
아직도 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며칠 내린 비에,
겨우내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왔음에
감격하는 눈물 방울처럼 봉오리에 맺힌
아름다운 사진이 아침 눈길을 확잡아 끈다.
그의 글을 소개한다.
* * * * * *
매화나무 가지마다
꿈을 꾸듯 이른 봄이 맺혀 있습니다.
봉오리에 맺힌 빗방울은
힘겹게 겨울을 이겨낸
감격의 눈물 같습니다.
겨울이 시작될 때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도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어기지 않고 찾아 옵니다.
신실(信實)한 자연의 약속.
삶 속에서 어려운 가운데에도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건
모든 것을 합하여 선(善)을 이루시는
그 분의 신실한 약속을 믿기 때문입니다.
* * * * * *
볼수록 빠져드는 그의 글.
차분하면서도 신념에 찬 믿음!
오늘은 그의 글이 주는 느낌을
한 수(首)의 절구(絶句) 써 본다.
P박사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終朝霎雨下祈祈 종조삽우하기기 아침 내내 가랑비 사락사락 내리더니
蕾蕾紅梅淚滴微 뢰뢰홍매누적미 홍매 봉오리마다 눈물로 맺혀 있네
尙有所望經險世 상유소망경험세 험한 세상 살아오며 그래도 소망 가짐은
天心期約一瞻依 천심기약일첨의 하늘의 그 약속 오로지 믿기 때문일세
* 終朝종조...아침 내내, 霎雨삽우...가랑비, 下내릴 하,
祈祈기기…비가 조용히 오는 모양, 蕾꽂봉오리 뢰,
滴물방울 적, 방울져 떨어질 적, 尙오히려 상,
經지날 경, 겪을 경, 一오로지 일, 瞻依 첨의...仰慕(앙모)하여 의지함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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