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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북해도 (北海道) 북해도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요떼이山(1893m)의 안정된 삼각형 구도. 그 위용(威容)은 과연 그럴 듯한데, 이곳 산악지형의 변화무쌍한 구름으로 위쪽 반은 다 가려져 있네요. 드넓은 도야(洞爺) 호수엔 푸른 물이 찰랑찰랑거리고, 밤이 되어 호수 위로 검은 하늘에 오색찬란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니 북해도의 지주(地酒)중의 하나인 니카(Nikka)위스키를 한 잔씩 따라서 홀짝홀짝 마시면서 구경합니다. 뻥뻥 터지는 그 소리에 보는 이들의 가슴속도 뻥뻥 뚫리는 듯한데 보름을 앞 둔 밝은 달님이 그러는 저희를 내려다 보고 있네요^^ 洞爺湖畔吟 동야호반음 羊蹄半掩白雲橫 양제반엄백운횡 漾漾湖亭碧水淸 양양호정벽수청 錦繡夜天煌火戱 금수야천황화희 把杯反映月分明 파배반영월분명 도야 호숫가에서 읊다 요떼이山은 흰 구름이 가로로 .. 더보기
매미 (蟬) 다정한 벗 연준(燕俊)이 매미 시(詩)를 한 수(首) 보내왔다. 蟬 선 三伏湔炎颯爽聲 삼복전염삽상성 焦思尋偶至情鳴 초사심우지정명 如仙羽化猶廉儉 여선우화유염검 不食孤高飮露淸 불식고고음로청 매미 삼복 더위 씻어주는 시원한 그 울음 소리 애타게 짝 찾으려 진정을 다해 우는구나 신선 날개 달고서도 염치 있고 검소해서 곡식 마다하고 고고하게 맑은 이슬 먹네 * 湔炎전염… 더위를 씻어주다, 湔씻을 전, 颯爽삽상… 상쾌하고 시원함, 尋偶심우… 짝을 찾다, 至情지정… 진실하고 참된 정, 羽化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함. 廉儉염검…청렴하고 검소함.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매미소리는 시끄러워도 여전히 듣는 귀를 시원하고 삽상하게 해준다. 도시의 밤은 밝아서 애타게 짝을 찾으려는 매.. 더보기
경주 (慶州) 신라의 삼국 통일을 완수하며 동맹국이었던 당(唐)마저 물리쳤던 신라 30대 왕 문무왕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아들이며 김유신의 외조카. 그는 월성(月城)의 왕궁을 확장 개축하면서 동궁(東宮)과 월지(月池)도 만들었다. 월지는 우리가 안압지(雁鴨池)라고 배웠던 곳. 조선시대, 폐허가 된 이 연못에 오리와 기러기가 많이 논다고 하여 안압지라고 불러왔으나, 1975년의 발굴 조사에서 당시의 이름이 동궁(東宮)과 월지(月池)였다는 발굴자료가 나와,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초등생 손자와 며칠간 경주를 돌아보면서 이왕이면 하는 욕심에 억지로 문무왕 해중릉(海中陵)으로 알려진 감포(甘浦)의 대왕암(大王巖)과 그 아들 신문왕이 지었다는 감은사(感恩寺)터의 쌍 석탑을 보여주었다. 동짓(冬至)날 석굴암에서 바라보면 해(日.. 더보기
무지개 (虹霓, 홍예) 일년이면 한두 번은 만나서 반가운 얼굴을 보는 모임이 있다. 어찌 하다보니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아직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현직 의사들이다. 대학병원 소아과에 근무하며 일찌기 일본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유한 수필가이기도 한 P교수, 강북지역에서 산부인과를 열어 오랫동안 지역의 명망을 받아온 K원장,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다년간의 해외근무와 근래의 코로나 퇴치에도 공이 큰 H박사, 그리고 나.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로 정년을 마치고 지방의 한 정신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K원장은 사정이 있어서 빠지고. 사케 소믈리에가 있으니 당연히 만남은 일본식 야끼도리(燒鳥)집에서 였다. 의사(醫師)라는 점 외의 공통점은 모두 시(詩)와 술(酒)을 좋아한다는 점이랄까. 술(사케)과 안주가 등장하자 일본통인.. 더보기
감자 (土豆, 토두)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감자~ 하면 떠오르는 시(詩). 올 여름 더위 속에 나도 큼직한 감자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열자 훅 끼치는 시골 흙 냄새… 엷은 흙빛 얇은 껍질 안으로 하얀 속살이 비친다. 당장 입속에 침이 돌아 짜장 부끄럽기도 하지만 동글동글 탐스럽게 잘도 생긴 감자들을 키워낸 강원도의 흙을 떠올리며,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 묵묵히 우주의 에너지를 농축시킨 자연(自然)의 힘을 느낀다. 젊어서부터 감자를 ‘신의 선물’이라 하며 좋아한 나이기에 아내에게 부탁해 찌고, 굽고 또 볶아달라고 하여 맛보며 이 여름을 보낼 일이 즐겁다. 내가 한 일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상(賞) 받을 일이 무엇이 있다고... 그 부드럽고도 단단한 알들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보내주신 .. 더보기
말참견(置喙, 치훼) 우리 대통령이 세계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력으로 현 국제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도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말했다. 좀 에둘러 말하는 것이 외교의 상례라서 한 마디로 이웃나라를 침공하는 일에 명백한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의 의제가 어느 선까지 조율되었는지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중공 외교부의 대변인이라는 자가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말을 섞어 협박을 하였다. "이웃나라의 말참견을 용납치 않겠다" 라니... 喙(훼)는 짐승의 부리 또는 주둥이에서 나온 말로, 그리 점잖은 말은 아니고 따라서 최선의 예의를 가지고 해야할 국제 외교 언사로서는 무례한 말이다. 한 마디로 자기들 국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소리다. 국내문제라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미국 덕분에 한.. 더보기
춘수2 (春愁2) 청명 한식에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출근 길, 화려한 봄꽃 잔치는 하룻새에 끝났다. 앵행도리(櫻杏桃李)는 자취도 없고 라일락만 남아서 향을 뿌린다. 중국 변검(變睑) 마술사처럼 거리의 가로수들은 온통 연초록색 얼굴로 갑자기 바뀌었다. 꽃잔치에 이어지는 연초록의 향연. 향긋한 바람마저 초록물이 들것네… 그리고 머잖아 이 언주로 거리도 이팝나무 꽃으로 하얗게 덮힐 것이다. 따라서 나의 출근 길 한 달도 다시 화사해질 것이고. 그러나 그런 마음 한 구석에 스물스물 무언가 웅크린 것이… 있다. 예전엔 몰랐다, 화창한 봄을 그린 옛 시(詩)에 왜 적잖은 이들이 ‘수심(愁心)’을 운운했는지. 소화(韶和)에 이어지는 까닭없는 수심? 까닭없는 일이 어디있겠나, 그걸 말하면 나이먹은 티를 낸다고 하기 십상이니 말 않고.. 더보기
차군 (此君) 오늘 아침 조선일보를 보니 버지니아에 사는 게일 허(85세) 여사가 소치(小癡) 허 련(許 鍊)의 자손인 시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 보관해오던 조선 회화 13점을 한국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신문에 실린 사진은 송도대련(松圖對聨). 한 그루의 노송을 각각 그린 두 장의 소나무 그림에는 만당(晩唐)의 이산보라는 시인의 시구가 쓰여 있다. 平生相愛應相識 평생상애응상식 誰道脩篁勝此君 수도수황승차군 “내 평생 소나무를 사랑하여 왔으니 누가 대나무가 이 분(소나무)보다 낫다고 했는가“ 시인은 소나무를 한갓 나무로 보지 않고 이 분(=此君, 차군)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차군’이라는 말은 원래 4 세기 동진(東晉)의 서예가 왕휘지(王徽之)가 대나무를 사랑하여 何可一日無此君耶 하루라도 이 분이 없이 어찌지내랴, 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