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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괴석 (怪石)

 

   경기도의 S 복지관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노력(勞力)봉사를 다닌 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어느 해였던가, 원생들의 도자(陶瓷)작품을 전시해 놓

고 조그마하게 가격표를 붙여놓았다. 원생 교육의 일환으로 도자기 굽는

것을 가르치는 분을 초빙, 지도하여 만든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그 작품들 속에 소박한 괴석(怪石)이 하나 섞여 있는 것을 발견

하고, 첫 눈에 마음이 끌린 나는 갈 때마다 잠시 그 앞에 서서 이채로운 마

음으로 감상하곤 했다. 누가 주워서 만든 것인지, 가격표도 없고 나의 두

손에 과히 무겁지 않게 올라오는 크기인데, 크고 작은 두 봉우리를 가진

산(山)을 연상케 했다.

 

   몇년이 흘렀나, 나 혼자 좋아해 오던 그 괴석을, 새로 오신 수녀님의 배

려로 이번에 내가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남모르는 이 기쁨이란! 집으로

들여온 날, 다소 메마른 듯하여 욕실에서 한참을 물에 적셔 닦은 후, 내 침

대머리 탁자에 올려놓았더니, 꿈마저 산뜻하구나! 자세히 보면 산길도 보

이고, 봉우리 사이로 푸른 시내도 하나 흘러간다.

  

   볼 때마다 새로운 등산길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내가 매우 작은 사람

이 되어 정상을 향해 휘휘 올라가는 모습도 보인다. 어제는 저 산이 고교

시절 인왕산으로 보이더니, 오늘은 연애시절 아내와 함께 등산한 도봉산

으로 보이니, 참으로 신기할진저!

 

 

                       怪石                              괴석

 

                轉轉河床幾十年       강바닥 이리저리 몇 십 년을 뒹굴었나

                如山終貌甚佳憐       마침내 산 닮은 모습 매우 아름다워라

                放今案上詳看察       지금 책상 위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一谷雙峰有白川       두 봉우리 계곡 따라 하얀 시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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