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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여행이 좋아

강화 전등사

   아직도 늦더위가 남았다는데.. 가을이 멀리서 웃고 있지요? 와도 좋으냐고..
백화점은 벌써 가을 일색이랍니다. 열대야와 폭우에 지친 마음이 성급하게도 아
름다운 단풍을 기다립니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약간 도타운 옷을 걸치고 그 사

람이랑 같이 어디론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

  당일 여행으로 부담없이 다녀올 만한 곳으로 강화도 전등사(傳燈寺)를 소개합
니다. 평일에는 상관이 없지만 주말에는 일찍 떠났다가 일찍 돌아와야 길이 막
히지 않습니다. 아침 9시 까지는 출발하셔야 하고, 점심 드시고 2~3시 경에는 다
시 출발하셔야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지요. 

  서기 381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처음에는 진종사 라고 불렸으나 고려
시대에 들어와 이름이 전등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고려 충렬왕 원비 정화공주
가 옥잔등을 헌납한 후부터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있고, 혹은 중국에서 가져와
이 절에 보관한 송대장경 중에 중요한 경전인 경덕전등록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
후로 전등산, 전등사로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선 대웅보전을 보면,광해군 때 화재로 전소한 후 재건할 때,
화마(火魔)를 제압하여 화재를 예방하려고 용이나 물고기등의 수족(水族)으로 내
부를 장식하였는데, 닫집의 왼쪽 천장에 용궁을 상징하는 용두(龍頭)장식과 9개의
방울을 달았고, 물고기를 천정에 양각하였습니다.

  바깥 처마의 네 귀퉁이의 나부상(裸婦像)은 절을 짓던 도편수의 순정을 배반하
고 돈을 챙겨 도주한 절 아랫말 주모의 벌 받는 형상이라 하는데, 벌거벗고 쭈그
리고 앉은 모습을 만들어 처마 밑 네 귀퉁이에 끼워넣은 도편수의 세속적 상심(傷
心)이 근엄한 절의 이미지와 대조적입니다. 

  고종 3년 병인양요(1866년) 때에는 양헌수 장군과 부하들의 선전(善戰)으로 정
족산 사고(史庫)를 프랑스군의 약탈로 부터 지켜 내었으며, 그 때 군사들이 일전
을 앞두고 무운을 빌기 위해 대웅보전의 벽과 기둥에 이름을 써놓은 것들이 아직
도 남아 있습니다.

  범종각에 들어있는 범종(보물 제 393호)은 우리나라 종의 전형적 특징인 용머
리 음통이 없고, 그 대신 주위에 162 송이의 연꽃을 새긴 중국양식의 종이며, 일
제 말기 공출 당했다가 해방 후 부평의 병기창에서 발견되어 다시 절로 돌아온 수
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이 간단히 살펴본 전등사의 개관입니다. 가실 분들은 이 내용을 알고 가셔
서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둘러 보시면 참 재미있습니다. 평소에 절에 가면 그냥
절인가 보다... 하고서 물 떠먹고 물 참 맛있구나... 하고 돌아 내려 오는 일이
많은데,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서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절 구경이 새로운 모
습과 재미로 다가 옵니다. 다른 절에도 혹 가실 일이 있으면 미리 공부를 해 가
시면 여행의 재미가 몇 배로 불어 납니다.

  136년 전의 목숨을 건 전쟁 전야에 대웅전 기둥에 붓글씨로 승리를 다짐하며
써놓은 이름들... 언뜻 보면 잘 안보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하나마 확실
히 보입니다. 그 옛날 나라를 지키던 분들이 손수 써 놓은 이름들을...

  명부전(冥府殿)에 들어가면 짜릿한 전율같은 것이 느껴지고 인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명부전이란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하여 염라대왕과 다른 열 명의 왕을 모
신 법당인데... 죽으면 그 앞에 가서 선다는 것이죠. 어떤 왕은 명부에서 이름을
찾고 있는 모습이고... 나는 여지껏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회상과 함께 고즈
넉하고 좀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말로 표현키 어렵게 독특합니다.

  어때요? 재미있겠습니까? 구경을 다 마치고 나면 근처 삼랑성 식당에서 소박한
나물 보리밥 정식을 드시던지, 멀지 않은 <선수>항구로 찾아가 밴댕이 회를 맛보
것도 괜찮습니다. 밴댕이회는 언제나 있지만, 초봄에서 7월 까지가 싱싱합니다.
싸구려 생선이고 금방 상해서 예전에는 잡히면 그냥 버리거나 젓갈을 담그는데
쓰던 생선인데, 요즘은 보관 기술이 발달하여 싸게 먹을 수 있는 회로 대접을 받
고 있는 음식이지요..... (200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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